부산 중구, 시공 사흘 만에 타일 교체
"충무공 밟을 수 없다" VS "지나친 반응"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입구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담긴 바닥 타일이 설치된 것을 두고 역사 인식 논란이 일자 해당 구청이 시공 사흘 만에 타일을 교체했다.
일본인 관광객 등이 이순신 장군을 그린 타일을 밟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인데,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9일 부산 중구는 지난 4일 용두산공원으로 향하는 광복로 에스컬레이터 출입구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그려진 바닥 타일을 설치했다. 이는 '광복로 일원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하나로, 4억23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이달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의 그림 타일이 용두산공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출입구 바로 앞에 설치돼 보행자의 발길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순신 장군의 그림을 밟고 다니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광복로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이들이 바닥에 깔린 이순신 장군 모습을 밟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나라의 영웅을 보도블록으로 기리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순신 장군 얼굴에 침 뱉고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하냐'는 등의 비판이 다수 올라왔다. 직접 구청에 전화해 항의하는 시민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40대 김 모 씨는 연합뉴스에 "올라가는 계단이나 벽면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담는 등 여러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행 온 일본인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을 밟고 지나갈 생각을 하면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지적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30대 정 모 씨는 연합뉴스에 "타일은 타일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순신 장군을 밟는다는 생각은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떠오르지 않는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인 관광객이 밟고 지나간다는 생각보다는 외국인에게 이순신 장군을 알린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과도한 엄숙주의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논란이 일자 중구는 시공 하루 만인 지난 5일 재검토에 착수했고, 7일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그려진 타일을 전면 교체했다.
중구 관계자는 "당초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설치된 용두산공원의 전경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작한 타일인데 취지와 다르게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사업을 추진할 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역사의식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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