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의회·기업인·전문가 참여
황득규 前 중국삼성 사장이 준비위원장
한중 정부 간 외교의 냉각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의회 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리 국회 산하에 사단법인을 설립해 양국 정치·경제 교류를 도모하고, 기업 진출을 위한 법적 자문을 제공토록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상철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8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산하 사단법인 '한중 동행'을 설립, 양국 의회 간 교류와 경제 발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방중해 우리의 국회 격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주임 등 주요 인사들과 만난 박 처장은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가적인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산하에는 140여개의 사단법인이 설립돼있지만, 한중 경제 관계를 다루는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박 처장은 '한중 동행'을 통해 정치·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의회와 기업인,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사단법인을 설립해 실질적 협력을 위한 친선·교류의 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연말에서 내년 초께 실제 출범해 참여 기업의 실질적인 중국 진출 협력 사례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한중 동행'의 설립을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중국삼성 사장을 지낸 '중국통' 황득규 삼성의료재단 이사장이 준비위원장을 맡는다. 황 이사장은 이번 박 처장의 방중 일정에도 동행하며 주요 인사 면담 등을 함께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추궈훙 전 주한중국대사, 국제관계 전문가인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 등 저명한 중국 측 한국 전문가들도 법인 출범에 자문을 제공하며 힘을 실었다.
박 처장은 "중소기업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법적 자문의 한계 등으로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관, 행정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입법 자문을 제공하고 인적 메커니즘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대기업의 98%를 회원사로 둔 중국국제다국적기업촉진회(CICPMC)의 장샤오위 부회장도 면담했다. 장 부회장은 우리 측과 양국 간 비즈니스 비자 발급 절차 간소화 등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박 처장은 전했다. 이밖에 중국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의 한팡밍 회장과도 만났다.
아울러 국회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입법영향분석'에 대해서도 양국 의회는 의견을 교환했다. '입법영향분석'은 법을 도입하기 전에 입법 내용과 그 영향을 분석한다는 게 골자다. 중국은 이미 이와 유사한 '집법검사'를 하고 있다. 의무교육법, 농업진흥법 등 일부 주요 법안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영향 현황을 살펴보는 식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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