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올해부터 전·상무급 법인차 지급
임원 비율은 삼성·LG전자보다 낮아
직원-임원 간 임금 상승률 격차 해마다 벌어져
계열사 임원 연봉 순위는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 순
현대차에선 임원으로 승진하면 차를 받는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만큼 당연한 처우로 비치지만 올해 들어 새로 생긴 규정이다. 기존에는 부사장이나 사장급 임원만 차량을 지원받았고 상무나 임원은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일정 기준에 따라 할인을 받아서 자기 차를 사서 타고 다녔다. 올해부터는 상무나 전무급 임원에게도 법인차를 지급하기로 했다.
차종은 상무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나 제네시스 GV60, GV70이며 전무는 그보다 하나 윗 등급인 제네시스 GV80이나 G80을 받는다. 부사장 이상은 가장 비싼 제네시스 G90에 운전기사를 붙여준다. 계열사인 기아의 임원도 비슷한 등급의 차를 받는다. 이밖에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을 타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 혜택이 늘어나는 부분은 다른 대기업과 비슷하다.
생산직 비중이 높은 만큼, 임원이 되는 길은 여느 대기업에 견줘봐도 산술적으로 더 어렵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직원이 7만2689명인데 이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379명(0.52%)에 불과하다. 기아는 전체 직원 3만5847명 가운데 임원이 138명으로 0.38%다. 삼성전자(0.79%, 올해 6월말 기준), LG전자(0.85%)보다 낮다.
연봉은 많이 오른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전체 임직원의 평균 급여가 1억500만원인데 임원은 5억9100만원(등기임원 제외)이다. 한 해 전과 비교하면 전체 직원은 9.4% 남짓 올랐는데 임원은 11.7% 올랐다. 더 많은 돈을 받는데 상승률도 임원이 더 높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5년간 현대차 직원과 임원 간 연봉 격차가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임원 연봉은 직원의 9.2배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11.6배로 커졌다.
이 단체는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운영에서 회장과 임원 역할이 중요하며 임원진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기에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도 "직원 역할이 이들보다 특별히 부족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원 연봉이 과하게 인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현대모비스 임원 연봉이 기아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 임원의 평균 연봉은 4억4800만원, 기아는 3억8200만원이다. 전체 임직원 연봉으로 따졌을 때는 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순이지만, 임원만 놓고 보면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 순서로 정반대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부장 이후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식으로 임원 직급을 나누다 이제는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으로 단순화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한창 경영 일선에 있을 때는 주요 계열사마다 부회장이 두루 있었으나 정의선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이제는 정 회장의 매형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말고는 없다. 한때 일부 부회장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는 2인자 역할을 하던 부회장들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으로 일하면 퇴직 후 고문이나 자문으로 지내며 2~3년간 월급을 더 받는다. 고문이나 자문은 대부분 비상근으로 실제 업무 관여도는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부 기술유출 등을 우려해 이러한 제도를 운영한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에는 사장급 이하 전 임원이 언제 어떻게 인사가 날지 몰라 임원에서 물러난 후에도 새 일거리를 찾는 이가 드물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회사를 그만뒀지만 회장이 필요해 찾는다면 언제든 다시 합류해 일을 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 시절에도 현대그룹에선 비슷한 일이 가끔 일어났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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