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사퇴 닷새 만에 지명… 공백 놔둘 수 없어
김 후보자 "궂은 일 마다하지 않겠다" 책임감 전달
대통령실 "법리, 절차, 규제 관리에 전문성 필요"
민주당 반발 "모든 공직을 정치검사들로 채우나"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했다. 지난 1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한 지 닷새 만이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군에도 올랐지만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로 최종 낙점됐다. 김 후보자는 인선 과정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후보자를 신임 방통위원장에 지명하는 인선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의 법리와 절차는 물론 규제까지 판단해야 만큼 이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윤 정부 국정기조에 맞춰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직자로서의 의지도 전달됐다"고 이번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중수부장 시절에는 당시 중수 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존경하는 검사 선배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신뢰가 두텁고 추진력도 있으며 무엇보다 권익위원장 임명 전 검증을 받아 바로 인선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날 김 실장 역시 "방통위는 각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업무처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김 후보자는 업무처리, 법과 원칙에서의 확고한 소신 등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으로 방통위 중립과 독립성 지켜낼 인사"라고 평했다.
법무부 장관 내정됐지만, 방통위 정책 공백 막을 적임자 낙점
당초 김 후보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의 사퇴로 멈춰 선 방통위의 빠른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공백을 막고, 이 과정에서 법리적으로 신속히 대응할 인물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최종 적임자로 지명됐다. 방통위가 2008년 출범 후 상임위원에 법조인 출신을 포함시켜 왔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성준 전 위원장, 한상혁 전 위원장도 법률가였고 현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도 판사 출신이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이번 인선 과정에서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며 공직자로의 책임 의지를 강하게 전달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통위는) 국회에서의 불리한 상황, 정책 추진에서의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맡은 일조차 진행하기 쉽지 않지만, 인선 과정에서 밝힌 책임감으로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검찰에서 '강력·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쌓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발탁된 뒤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이끌었다.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통솔력과 인화력이 탁월하다는 평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가정 형편으로 18살에 세 동생을 책임지고 1972년 예산고를 졸업한 후 동생들을 살피며 학비를 마련하다가 1975년에서야 장학금을 받아 충남대 법대에 입학했다. 이후 3년 만에 충남대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충남대 출신 첫 사법고시 합격자가 됐다.
野 "모든 공직을 정치검사로 채우려는 심산" 반발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극심한 반발이 나온다. 이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모든 공직을 자신을 따르는 정치검사들로 채우려는 심산이냐. 마치 모든 요직에 정치군인을 임명했던 신군부를 보는 것 같다"며 김 후보자를 방송이나 통신 정책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검사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린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임명 강행,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전 위원장의 탄핵 사유 중 하나가 방통위의 '2인 체제'였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김 후보자가 대체되는 또 다른 2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 전 위원장이 추진한 방통위 소관 국정과제가 김 후보자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밖에 없어 여야 간 대치가 한층 악화될 전망이다. '가짜뉴스 근절 TF'를 통한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은 물론 네이버 등 뉴스 검색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 카카오모빌리티 등 택시호출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위치정보 관리실태 점검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은 국회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는 보도 채널 연합뉴스TV와 YTN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 승인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임 교육부 차관에 오석환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보훈부 차관에 이희완 해군 대령을 내정하는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오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TF 단장을 맡아 곤욕을 치렀지만 윤 정부에서 킬러문항 배제, 서이초 교사 사건, 의대 자율전공학부 지원 등의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교육부 간 소통에 힘을 보탰다. 이 내정자는 제2연평해전을 승리 이끈 인물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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