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통위원장 전격 사의 표명
尹 대통령, 사의 수리 여부 고심 중
민주당 "범죄 저지르고 먹튀" 맹공격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이날 오후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방통위 기능 정지 상태를 막기 위한 선택에 나선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의 수리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으로, 연말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3년 연속 새해 예산안은 법정처리 시한을 넘기게 됐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전날 늦게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 위원장은 최근 주요 업무에서 차질이 생긴 데다, 탄핵안 통과 시 수개월간 직무 정지로 방통위 업무가 마비될 것으로 우려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방통위 과천 청사에 출근하며 "탄핵 때문에 방통위 업무 공백이나 그런 사태들을 우려해서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대통령에게 말씀을 드린 것은 맞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월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언론인 출신인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언론 장악을 주도했다는 야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 TF’를 신설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나서왔다.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방송사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고 봤다.
지난 9월에는 네이버가 뉴스 검색 서비스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정부가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뉴스 알고리즘을 분석해 특정 언론사에 편향된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택시호출 플랫폼 사업자의 개인위치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는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국회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최근에는 보도 채널 연합뉴스TV와 YTN의 최대주주 변경 신청 승인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기도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부터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의 강행 처리를 시도했고, 전날 본회의에서 상정을 마친 뒤 이날 오후 표결 처리할 예정이었다.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탄핵 대상자가 사라지는 만큼 국회의 탄핵 절차는 유명무실해진다. 현재 이 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방통위가 탄핵소추안 통과로 겪을 기능 정지 상태를 벗어날 가능성도 생겼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업무가 정지될 수 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국회가 탄핵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조금 전 이동관 위원장이 ‘꼼수’ 사의 표명을 했다"며 "탄핵을 회피하고 방송 장악을 완료하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먹튀’ 하겠다는 것이냐"며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 절차에 들어간 만큼 사표를 재가해선 안 될 것이며, 재가한다면 이동관 위원장의 먹튀 행위에 가담한 공범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돼야 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도 이날 열릴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는 여야가 합의한 대로 본회의를 열겠다"며 "이 위원장과 불법 비리 검사 2인의 탄핵안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탄핵안을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법정처리 시한을 하루 앞둔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에서 공회전 중이다. 2020년 12월 이후 3년 연속 지각 처리로,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제정 이후 21대 국회에서만 법정 시한을 넘기는 불명예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야는 일단 정기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9일까지라도 예산안 처리를 마치겠다는 새 목표 시한을 제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세상에 정부·여당이 예산 심의, 통과에 이렇게 무관심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몇 가지 쟁점에서 입장 차이가 있어 이런 부분들 정리한 뒤 여야 간 대화를 통해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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