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현대어문학협회(MLA)는 2021년 가을 학기 기준 대학 내 외국어 수강 현황 조사를 발표했다. 1958년부터 시작, 3~4년마다 진행해온 이 조사는 미국 외국어 교육 현황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5년 만에 이루어졌다.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한국어 수강생의 상승세다. 순위가 처음으로 10위까지 오른 데다 가장 많이 늘어난 언어로도 눈길을 끌었다. 10위 안에 들어온 언어 가운데 3위를 차지한 미국 수화의 오름폭은 크지 않은데 한국어는 무려 38% 급증했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는 감소세를 보였고 독일어는 34%나 감소했다. 동아시아 언어 중에는 4위를 차지한 일본어는 5%, 6위인 중국어는 14% 각각 감소했다.
미국 대학의 외국어 수강생 총 숫자는 2009년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다. 2016~2021년에는 16% 감소했는데, 이전 조사 때 9% 감소한 것과 비교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어 수강생만 급증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인데 그 원인이 궁금했다. 답을 찾기 위해 1958년부터 시작했던 조사 결과를 모두 살펴보았다.
1958년 조사에서는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26명에 불과했다. 1963년에는 182명으로 늘었다. 그 후 미국의 많은 대학에서 외국어 과목을 필수 과정에서 제외했고, 그 영향으로 외국어 수강생 숫자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국어 역시 1974년 조사에서는 87명으로 줄었다.
한국어 수강생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0~1990년 조사에서는 365명에서 2375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이 민주화와 경제 성장의 주인공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였다. 동시에 한국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 내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이미지가 좋아지던 때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는 수강생이 두 배 이상 늘어나더니 2002년에는 처음으로 5000명을 넘어섰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어 수강생의 전체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한국어 수강생은 쭉 늘었고, 2000년대 후반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9년 8449명, 2016년 1만3912명, 2021년에는 2만명 문턱까지 급증했다. 한국어는 어느덧 ‘주요 언어’가 되었다.
최근 15년 한국어 수강생이 급증한 것은 ‘K-팝’ 영향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가 인기를 끌긴 했지만 K-팝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휩쓸었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급증했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21세기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2010년대부터는 스마트폰, 게임 등 첨단 기술개발로 유명해졌다. ‘쿨 코리아’라는 좋은 이미지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외국어의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인문학 전공자가 줄어들 듯이 외국어 수강생도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은 존재할 것이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계속 유지된다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관심도 지속해서 유지될 것이다.
반대로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당연히 한국어의 인기도 급감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의 토대는 K-팝의 탄생을 가능하게 만든 미래를 향한 열린 민주 사회다. 따라서 열린 민주 사회를 얼마나 잘 지키고 발전시키느냐가 곧 한국어의 인기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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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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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미국 내 한국어 수강생만 급증한 이유](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112814235468972_170114903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