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인질교환 위한 임시휴전
제3자 중재로 전투중지하는 '정전'
역사상 가장 긴 정전상국인 한국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48일에 걸친 교전 끝에 인질 교환을 위한 임시휴전에 들어갔습니다. 양측이 4일간 휴전을 통해 단계적인 인질석방에 나서면서 국제사회도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요. 미국과 서방국가,. 아랍연맹국 등을 중심으로 앞으로 휴전기간을 더 늘리기 위한 물밑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따라 양측이 국제사회의 중재로 임시휴전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휴전기간을 늘리거나 정전협상을 체결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임시휴전 직후 전투를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 안팎에서도 장기간 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비판여론도 커지면서 계속 무기한 전쟁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죠.
역사 속에서도 휴전 혹은 정전협정의 경우, 기간이 완전히 정해진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협상 여부에 따라 기간연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북한과 70년 이상 정전 상태를 유지하는 등 정전, 휴전상태가 매우 장기화된 지역들도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번시간에는 국제법상 매우 모호한 규정 중 하나인 휴전과 정전, 종전 등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문제에 대해서도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뉴스(News) : 이스라엘과 하마스 4일간 휴전 합의, 인질교환 시작
먼저 뉴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나흘간 임시휴전에 들어갔습니다. 교전 48일만에 인질 교환을 위한 휴전에 돌입한 것인데요. 25일까지 두 번에 걸친 인질교환이 이뤄졌죠. 1회 인질 교환 때마다 이스라엘 인질 13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39명, 즉 1:3의 비율로 인질 교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중재를 맡은 카타르 정부는 "가자지구에서 풀려나는 민간인 명단에 대한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나흘간의 휴전기간 동안 가자지구 북부는 물론 남부에서도 전투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측은 나흘간의 휴전기간 동안 1:3의 비율로 인질을 석방하기로 했는데요. 이에따라 이스라엘인 50명, 팔레스타인 150명이 단계적으로 교환됩니다.
미국정부와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휴전합의를 크게 환영하며 이번 임시휴전을 계기로 더 장기간에 걸친 휴전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질교환이 마무리된다해도, 하마스가 여전히 190여명 이상의 인질을 붙잡고 있을 것인만큼 인질들의 안전과 민간인 피해 감소를 위해 교전을 중단하고 협상을 이어가야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임시휴전 직후부터 다시 치열한 교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장관은 "테러집단 하마스와 짧은 일시적 휴전이 끝나면 이스라엘군은 최소 2개월간 치열한 전투를 재개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음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추동력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전투를 해야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정부가 임시휴전 기간을 나흘이라고 못박으면서 이스라엘 안팎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번 휴전을 기점으로 인질 교환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면서 휴전이 장기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스라엘 국민들이 꽤 많기 때문이죠. 통상적으로 기간을 완전히 못박지 않는 휴전협상의 특성상 더 늘어날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사(History)1 : 휴전협상 개념이 자리잡힌 프랑스와 영국간 '백년전쟁'
이러한 휴전협상은 장기전이 잦았던 중세시대 유럽에서 발전하게 되는데요. 고대에는 주로 야전에서 맞붙는 대규모 전투에서 전쟁의 승패가 가려지다보니 보통 교전 아니면 종전으로 넘어갔지만, 장기항전이 가능한 요새인 성벽이 많이 축조된 중세시대부터 휴전이 잦아지게 됐다고 합니다.
규모가 크고 비축된 물자가 충분한 대규모 성의 경우에는 10년 이상 버틸 수도 있었기 때문에 공격자 입장에서도 계속 공세만 취할 수는 없었기 때문인데요. 이로인해 전쟁 자체를 멈춘 '종전(End of War)' 상태는 아니지만 물자소모가 심한 교전은 잠시 멈추는 '휴전(Ceasefire)'이 자주 발생하게 됐죠. 중세시대에는 휴전과 정전이 혼용돼서 쓰였기 때문에 휴전을 뜻하는 용어인 Truce, Ceasefire, Armistice 등이 별다른 구분없이 쓰였다고 합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간 100년 넘게 교전과 휴전을 이어갔던 백년전쟁(1337~1453)은 휴전 조약이 체결됐던 시기들을 기점으로 해서 크게 3가지 시기로 나누고 있습니다. 전쟁이 발생한 1337년부터 첫번째 휴전조약이 체결된 1360년까지를 1기, 이후 1369년 다시 개전해 1389년 2차 휴전조약을 맺게 된 시기를 2기, 마지막으로 1415년, 휴전조약이 깨져 교전이 재개된 이후 종전되는 1453년까지를 3기로 분류하고 있죠.
이때까지는 한번 휴전이 체결되면 짧으면 수년간, 길면 수십년씩 휴전이 이어졌기 때문에 종전과 구분이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이는 중세시대까지 국가상비군이 존재하지 않고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기사들을 소집하고 농민들을 징집하는 형태로 전쟁을 이어가야했기 때문입니다. 중세시대 유럽의 국가들은 식량을 비롯해서 전반적인 물자의 생산력이 미약해 장기전을 끌고갈 튼튼한 국가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이후 오늘날과 같은 수일, 혹은 수개월 단위의 상대적으로 짧은 휴전개념이 생겨난 것은 19세기 이후부터였다고 합니다. 1914년 1차세계대전 와중 독일과 프랑스간 서부전선에 발생했던 '크리스마스 정전(Christmas Truce)'이 대표적인데요.
당시 성탄절 연휴 기간동안 서부전선 일대에서 독일과 프랑스군이 교전을 멈추고 서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며 일부 지역에선 축구 등 스포츠 경기도 함께했었다는 이야기도 남아있는데요. 실제 양국 정부의 협상을 통한 휴전이 아닌 개별 전선의 사령관들끼리 자발적으로 교전을 중단했던 사례라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유럽에서 이 크리스마스 정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가 개봉되기도 했죠.
◆역사(History)2 : 2차대전 이후부터 분류되기 시작한 휴전과 정전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새로 '정전(停戰)'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휴전과 조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2차대전 이후 국제연합(UN)과 함께 수많은 국제기구들이 탄생하게 되면서 이들이 전쟁 당사국들을 중재해 휴전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전이 개념이 새롭게 정립되게 됐죠.
이전시기에는 아예 구분되지 않던 휴전과 종전이 분류가 된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휴전과 종전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완벽히 구분되지 않고 있지만, 서로 상당히 다른 뉘앙스를 가진 단어가 됐는데요.
휴전은 이번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처럼 인질교환을 위해 전쟁 당사국 양측이 협상을 통해 교전을 중단한 경우를 뜻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여기에는 상호간 제시했던 조건들이 수반되고, 당사국들간의 교전 중지라 곧바로 싸움이 멈춰지는 효과가 있죠. 다만 상호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협정이 깨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정전은 조금 개념이 달라졌는데요. 전쟁 당사국들끼리의 휴전이 아니라 국제기구, 혹은 다른 강대국들의 중재로 교전중단 상태가 이뤄진 것을 뜻하다보니 휴전에 비해 강제성이 덜한 개념으로 정착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중재국들이 강대국이고 여러 나라가 중재에 개입돼있다면, 전쟁 당사국들이 함부로 다시 교전을 벌이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죠.
물론 이 두 개념이 이렇게 무자르듯이 적용된 지역은 별로 없었습니다. 각 분쟁지역의 상황에 따라 휴전과 정전 조약이 체결되고, 또 곧바로 깨지기도 하면서 혼란한 상황이 이어져왔기 때문이죠.
◆시사점(Implication) : 전세계 최장 정전상태 지역, 한반도
이러한 휴전과 정전 협정의 역사는 우리나라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데요. 바로 한반도 지역이 현존하는 세계 최장기간 정전상태 지역이기 때문이죠.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70년 이상 정전상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있는 휴전선 철책이 여전히 한반도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하고 있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부 지중해의 섬나라인 키프로스에도 우리나라 휴전선과 같은 '유엔 완충지대(UN Buffer Zone)'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1974년 튀르키예와 그리스간 전쟁으로 섬이 남북으로 쪼개된 이후, 섬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거대한 완충지대가 놓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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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도 지나치게 장기화될 경우, 국토가 쪼개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입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짧은 휴전 이후 다시 교전을 재개하려는 이유도 이러한 역사적인 선례 때문으로 보여지는데요. 양측이 휴전을 넘어 조속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를 바라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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