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산지쌀값 20만원 밑돌아…산지농협 등 유통업체 재고 증가 영향
쌀값 추가 하락시 재고부담 완화책 추진
올해 생산된 산지쌀값이 목표치인 20만원(80㎏)을 밑돌자 정부가 쌀 유통을 일시적으로 줄여 가격 안정화를 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산지유통업체의 벼 매입물량 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재고 증가에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23일 "전략작물직불제 등 사전적 수급대책을 추진한 결과 벼 재배면적이 감소해 2023년산 쌀 생산량이 줄었고, 2022년산 재고 부족에 따른 9월 조기매입 물량과 예년에 비해 부족한 이월물량을 고려할 때 전반적으론 안정적인 수급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농협 등 산지유통업체의 벼 매입물량이 지난해보다 늘면서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의 재고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유통량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23년산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쌀 생산량은 370만2000t으로 작년보다 1.6%(6만2000t)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 산지쌀값은 80㎏당 19만9280원으로 2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매입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지농협으로 농가의 출하물량이 쏠렸고, 늘어난 재고에 부담을 느낀 산지농협들이 공급을 늘리자 쌀값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농식품부는 판단하고 있다. 실제 농협 재고는 127만2000t으로 평년 동기 대비 15.1%(16만7000t) 늘어난 상황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수확기 산지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 40만t 중 산물벼 전량(12만t)을 다음 달부터 정부가 전량 인수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건조벼 28만t도 현재와 같은 쌀값 상황에서는 공매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농협도 산지농협의 재고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2조2000억원 규모인 기존 벼 매입자금에 3000억원을 더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총 2조5000억원을 산지농협에 지원한다. 평년보다 매입물량이 과다한 산지농협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쌀 출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여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일단 정부는 이달 말 발표되는 오는 25일 기준 산지쌀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 유통량 감축 등 추가 재고부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지쌀값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는 경우엔 일시적인 시장 격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초과 생산량은 시장격리 요건(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보다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시장 격리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최악의 경우엔 잠시 매입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시장에 공급하는 일시 시장 격리도 쌀값 안정을 위한 카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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