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시험,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뀌어
공시생 "내년 시험 부담 커져, 꼭 합격해야"
정부가 2025년부터 9급 공무원 시험 국어·영어 출제 기조를 암기형에서 사고력과 실용적 능력 검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0일 국가·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의 '출제기조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그간 지식암기 위주로 출제된 현행 9급 공무원 시험 국어·영어 과목 문제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현장 직무 중심의 평가를 위해 국어 과목에서는 앞으로 기본적인 국어능력과 이해, 추론, 비판력과 같은 사고력을 검증한다. 영어 과목에서는 어휘와 문법을 줄이고, 이메일과 안내문 등 실무형 소재와 형식을 활용한 문제를 낸다. 다만 기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까지는 현재 출제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까지만 기존 시험 방식이 유지된다는 소식에 현재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1일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3년차 공시생 문모씨(26·남)는 "내년 시험에서 낙방하면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1년차 공시생 강모씨(22·여)도 "내후년부터 출제기조가 바뀌기 때문에 내년 시험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이라며 "보통 9급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을 2년 정도라고 한다. 내년이 2년 차인 만큼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직렬을 준비하는 공시생들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강모씨(26·남)는 "경찰공무원 시험도 변화가 있을 듯하다"면서 "현행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빨리 시험에 합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행정직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5·여)씨도 "교육행정직 시험 출제를 인사처에서 하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면서 "모든 공시생이 마찬가지겠지만 내년에 합격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사처 출제기조 변화는 긍정 평가하면서도, 공시생 혼란을 최소화하는 등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법고시 등이 사라질 때는 시간을 두고 변화가 진행됐는데, 이번 출제기조 변화는 상대적으로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공시생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사실상 내년 시험을 마지막이라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재걸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새로운 출제 방식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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