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7년 만에 깜짝 복귀한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며 비난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결국 해임됐다.
리시 수낵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개각을 단행했다. 총선을 앞두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수낵 총리는 전직 총리를 불러들이는 예상치 못한 수를 놨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0년 보수당 집권 시대를 열고 6년간 정부를 이끌었으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가결된 후 책임을 지고 2016년 7월 물러났다. 그는 잔류파였다. 이후 지금까지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를 포함해 네 번째 총리가 등장할 정도로 영국 정치권은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캐머런은 외무장관 임명이 발표된 후 온라인 성명에서 "몇몇 개별적 결정에 관해선 수낵 총리와 동의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수낵 총리는 강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캐머런은 지난달만 해도 수낵 총리의 차세대 고속철도 건설 계획 일부 폐기 결정을 비판했다. 당시 그는 "지난 7년간 정치 일선에선 빠져있었지만 11년 보수당 대표, 6년 총리 경력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를 포함해 여러 세계적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이런 심각한 세계적 변화 속에서 동맹 곁을 지키고 동반관계를 강화하며 우리 목소리를 확실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등장은 보수당 온건파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과거 중국과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인물이란 점에서 의회 내 반중 인사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하원의원이 아닌 캐머런을 내각에 합류시키기 위해 급히 왕실을 통해 종신 귀족으로 임명하고 상원의원이 되도록 했다.
이날 퇴출당한 브레이버먼 장관은 최근 잇따라 강경 우파 발언을 쏟아내며 수낵 총리를 난감하게 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지난주 언론 기고문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고, 경찰이 이중잣대를 가지고 특혜를 준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시 현충일인 지난 주말로 예고된 대규모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두고 예민한 상황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빗발쳤다. 게다가 내용 수정 요구를 거부하며 총리실을 무시한 것이 드러나며 각료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는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에 규정 위반으로 내무부 장관에서 해임됐으나 그 직후 다시 열린 당 대표 경선에서 수낵 총리를 지지하면서 다시 자리를 맡았다.
제임스 클레벌리 외무장관은 브레이버먼 장관의 자리로 옮겼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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