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랠리가 찾아올까?" 연말을 앞둔 미국 뉴욕증시에 산타 랠리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가 최근 10거래일 중 9거래일 상승 마감한 반면, 월가 공포지수는 연일 하락하면서 이른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임시예산안의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닥치며 월가 안팎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경계감도 확인된다. 이번 주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 등도 발표될 예정이다.
12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2주간 S&P500지수의 상승폭은 7.2%에 달한다. 금리 동결 기대감 속에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S&P500지수는 지난 10거래일 중 9거래일을 오름세로 마감했다. WSJ는 "주식시장에 FOMO가 돌아왔다"면서 "이제 투자자들이 주식을 끌어안고 연말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최근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러한 연말 강세론을 지지했다.
펜 뮤추얼 에셋 매니지먼트의 지웨이 렌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현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연말 랠리를 위해 자리 잡으려 한다"고 평가했다. LPL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 수석전략가는 "증시가 (지난주) 과매도 상황, 탄탄한 실적, 급격한 국채금리 하락에 힘입어 의미 있는 회복세를 보였다"면서 연말 S&P500 상승여력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에버코어ISI 역시 S&P500지수가 연고점(7월31일 4588.96)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장에 산타 랠리 기대감이 커진 배경으로는 최근 국채금리 하락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전망 등이 손꼽힌다. 앞서 5%를 돌파하며 변동성 우려를 키웠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최근 4.6%선까지 내린 상태다. 약 50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T 로위 프라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찰스 슈라이버는 그간 상당 부분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현금으로 확보하고 있다가 일부 증시로 돌렸다면서 "주식이 계속 상승할 것이다. 추가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 주 공개되는 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에 쏠린다. 이들 인플레이션 지표가 한 번 더 예상치를 밑돌 경우 긴축 종료 기대가 한층 강화하면서 국채 금리를 밀어 내리고 증시 랠리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오는 14일 공개되는 10월 CPI가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1% 오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직전월 상승폭(3.7%, 0.4%) 대비 둔화한 수준이다.
이번 주에는 리사 쿡 이사, 필립 제퍼슨 부의장,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 Fed 당국자들의 발언도 대거 예정돼있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현재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목표 2%를 달성하기에 충분히 제약적인지 자신할 수 없다"고 시장의 긴축 종료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상태다. 이러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성 발언은 Fed의 신중한 방침을 강조하는 한편, 자칫 섣부른 승리 선언으로 인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는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은 미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미 의회가 가까스로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은 오는 17일 마감시한을 앞두고 있다. 그전까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재정적자 우려가 큰 상황에서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파장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마감 시한을 앞두고 국제신용평가 무디스도 이미 경고장을 내밀었다. 무디스는 지난 10일 재정적자와 정치적 양극화를 이유로 미국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 것으로 무디스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위험이 증가했고, 국가 고유의 신용 강점이 더는 이를 완전히 상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주 셧다운 운명을 가를 임시예산안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내년 2월까지 적용되는 임시예산안을 제안했으나, 백악관은 물론 공화당 내 강경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확인된다. 하원 운영위원회는 13일 청문회를 열어 존슨 의장의 2단계 임시예산안을 본회의 표결에 부칠지 여부를 검토한다.
이밖에 이번 주에는 미국의 소비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홈디포, 타깃, 월마트, TJX 등 소매업체들의 실적과 소매지표도 공개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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