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식약처 대상 '정기 주요 감사결과' 발표
좀비마약, 졸피뎀, 옥시코돈 등 174만여개 실종
위해 식품 판매 차단 못해 소비자가 섭취하기도
의료기관이 폐업하면서 사용하고 남은 펜타닐과 프로포폴 등 마약류의약품 174만여개가 국가 감시망에서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추적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부실했던 셈이다.
9일 감사원은 식약처를 대상으로 한, 이같은 내용의 '정기 주요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최근 사회문제화된 마약류의약품과 국민 체감도가 큰 식품·화장품 등 일상생활의 안전관리에 초점을 두고 실시됐다.
식약처는 2018년부터 마약류의약품의 제조·유통 및 사용·폐기 등 전 과정에 대한 추적·관리를 위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했다. 마약류의약품은 의학적 용도로서의 펜타닐 등 의료용마약 및 프로포폴·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말한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의료기관 폐업 후 재고 처리 및 사용량 등 마약류의약품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 국가 감시망에서 사라지는 마약류의약품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4년간(2019~2022년) 의료기관 920개소가 폐업 시 보유하던 마약류의약품 174만여개가 대상이다.
여기에는 일명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과 레미펜타닐 4256개, 옥시코돈 5108개 등이 포함됐다. 프로포폴 7078개, 케타민 1097개, 졸피뎀 9만4594개, 펜터민 및 펜디메트라진 8만2907개, 디아제팜 및 알프라졸람 116만3814개도 사라졌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폐업할 때는 보유하던 재고 마약류의약품은 다른 의료기관이나 도매상 등에 양도·양수하고 이를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미이행 시에는 추적·관리가 불가능해져 불법유통 대상이 됨에 따라 처벌(마약 2년이하 징역·2000만원이하 벌금, 향정신성의약품 1년이하 징역·1000만원이하 벌금)을 받는다.
중금속 오염, 농약 검출 등 위해식품 108건(1059톤)이 판매차단 대상에서 누락되고 이중 14건(7톤)은 국민에 공개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결국 소비자가 해당 식품을 그대로 섭취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밖에도 인체에 위해한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이 유통되는데도 안전기준 및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화장품법'상 식약처는 위해우려 화장품 원료에 대해 신속히 위해평가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용금지·제한물질 고시 등 안전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이에 감사원은 식약처장에게 지자체로 하여금 폐업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재고 마약류 의약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폐업한 의료기관 등에 대해 순차 점검하도록 통보했다. 샘플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 폐업 의료기관은 각 관할 지자체장에게 고발하도록 했다. 또한 식약처장에게 주사제 마약류 의약품의 사용 후 폐기량에 대한 보고의 적정성을 감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샘플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업무정지 의뢰 및 고발 등 조치를 하도록 통보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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