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칩 시장을 대표하는 퀄컴이 예상 밖 호실적을 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감소 흐름이 이어졌지만, 월가 예상치는 모두 웃돌았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마트폰용 칩 업황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퀄컴은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3분기(회사 자체 기준 4분기) 매출이 86억7000만달러(약 11조7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 감소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85억1000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 조정 주당순이익은 2.02달러로, 이 역시 시장 예상치(1.91달러)를 상회했다.
퀄컴은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업체다. 퀄컴의 AP는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에 들어간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어난데다, 코로나19 팬데믹 호황 당시의 초과 공급을 소진하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스마트폰 시장 부진이 이어졌고 퀄컴 실적도 직격탄을 입었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들어 업황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3억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정체 수준을 보이며 비교적 선방했다. 지난 2분기에는 7.9% 감소하는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9개 분기 연속 역성장해왔다.
아카쉬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3G, 4G, 5G폰에 대한 수요가 안정화되는 초기 징후가 관찰된다"며 "올해 전체로 (모바일 칩) 출하량 감소세가 한 자릿수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는 4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퀄컴은 4분기 매출 목표치로 91억~99억달러를 제시했다. 이 중간값은 95달러로, 시장 예상치(92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기에 더해 내년 후반부터 3년간 애플과 맺은 5G(5세대 이동통신) 통신용 칩 제공 계약도 실적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퀄컴은 업황 악화와 실적·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퀄컴은 "운영 비용을 당초 목표보다 7% 더 감축하는 데 성공했고, 3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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