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 이른바 'MZ세대' 노동조합이 진출하면서 노사관계에서 민주노총 등 기존 강성 노조와 다른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서울교통공사 내 MZ노조인 올바른노조는 기존 노조의 과격 집회 및 시위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향후 지하철 파업 등 집단행동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로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노기현 후보와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를 임명했다. 노동이사는 노동자 대표로 이사회에 속해 회사 운영 등 전반적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오 시장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1~4위 후보 가운데 1위인 노 후보와 3위인 조 후보를 노동이사로 택했다.
서울교통공사 전체 임직원은 1만7000명이며, 3개의 노조가 있는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조합원 1만명으로 가장 크다. 다음 달 9일 예고한 서울지하철 총파업을 주도하는 등 대체로 강성 성격을 띤다. 다음은 가입자 2700명인 한국노총 공공연맹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 서울교통공사노조보다 온건하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양대노총 산하 두 노조는 총파업을 함께 벌이는 등 연대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에 비해 올바른노조는 2021년 설립된 '제3노조'로, 설립 당시 조합원의 90%가 30대 이하인 이른바 'MZ세대'가 중심이다. 현재 약 2000명이 가입했으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다음 달 예정된 서울지하철 파업에 대해서도 "파업은 존중하지만 기존 노조의 (강경 입장) 선택으로 서울교통공사 경영 악화가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등 기존 노조가 해오던 강성 집회 및 시위에 대체로 반대한다. 지난 4월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동자 대표로 양대노총 소속을 누르고 올바른노조 조합원이 선출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오 시장은 양대노조 힘 빼기 및 새로운 노조 힘 실어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 선거에서 1위와 2위는 노 후보와 같은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노조 소속의 장기현 후보로 각각 4599표, 3769표를 얻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1, 2위가 아닌 3530표를 받아 3위에 오른 조 후보를 노동이사로 택했다.
MZ노조와 기존 노조 간 갈등도 예고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오 시장이 마음대로 이사를 임명한 사례가 없다"며 "법과 조례가 정한 노동이사 제도를 농단하는 한 우리는 항의하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이번 노동이사 선출은 1~4위 안에서 서울시장이 정하는 조례를 어기지 않았다"며 "민주노총 측 인사 1명도 이사로 선출됐는데 2명을 모두 독식하는 게 오히려 독재에 가까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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