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시 목욕탕 운영하는 74세 마츠쿠라 시게노부씨
인구감소·물가 상승으로 은퇴…시에서 이어받아 주목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물에 몸 담그면 피로가 싹 가시겠다 싶습니다. 요새는 공중목욕탕 찾기도 참 힘들어졌는데요.
목욕에 진심인 나라인 일본에서도 요즘 인구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공중목욕탕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지방에서는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 먼 곳까지 목욕을 하러 나가야 하는 '목욕 난민'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NHK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74세 목욕탕 주인 할아버지의 마지막 영업날을 보도했습니다. 50년간 마을 유일한 목욕탕을 책임감 있게 운영해오다가, 은퇴하는 날이었는데요.
점장인 마츠쿠라 시게노부씨는 1973년부터 50년간 이곳에서 따뜻한 목욕물을 지켜왔습니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어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하는데요. 이날 "마츠쿠라씨의 마지막 날이니까"라고 하며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마츠쿠라씨가 문을 닫게 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소멸이 심각해지면서 이용하는 손님 자체가 감소했죠. 이렇게 수입은 줄어드는데 연료비 등 물가는 오르니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코다테시의 경우에도 40년 전에 80개 이상의 목욕탕이 있었지만, 지금은 20개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마츠쿠라씨는 마지막 날에도 늘 그렇듯 목욕탕 청소를 했습니다. 전날 오후 8시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 홀로 남아 목욕탕 청소를 마쳤습니다. 폐점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남은 손님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었다는데요.
그는 "손님들에게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고마웠다. 다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목욕을 하며 씻겨서 그런지, 다들 목욕 후 얼굴은 정말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목욕탕이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었던 만큼, 그대로 문을 닫게 둘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하코다테시가 목욕탕을 이어받기로 결단을 내렸는데요.
이곳이 문을 닫는다면 마을의 어르신들이 갈만한 목욕탕은 2km 이상 떨어져 있고,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스도 하루에 몇 대 없어 추운 겨울 어르신들이 떨면서 이를 기다려야 하는데요. 시에서는 이처럼 '목욕 난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욕탕을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새 목욕탕에서는 마츠쿠라씨가 앉아있던 카운터가 없어졌고 사용권 자판기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이날 현장에 나온 시 공무원들은 "저희는 아마추어기 때문에, 마츠쿠라씨와 협력하며 목욕 난민을 없애는 방향으로 이끌어보겠다"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는데요.
이처럼 목욕탕 하나에도 지역 주민들이 삶과 편의가 결정되곤 하는데요. 마츠쿠라씨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지방소멸 문제에 당면한 우리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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