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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日게이오백화점 1층엔 명품 대신 시니어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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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日게이오백화점 1층엔 명품 대신 시니어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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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는 할머니들의 하라주쿠(젊은이 거리)란 거리가 있다. 도시마구 스가모역 지조도리 상점가다. 일본 관광청은 이곳을 에도시대 여행길이라고 소개한다. 200여개의 상점이 길게 거리를 이루는데, 옷과 신발부터 건강식품까지 고령자를 위한 온갖 물건을 판다. 고간지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데, 병을 낫게 해준다는 관음상이 유명해서 아픈 사람들과 환자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행운을 불러온다는 빨간 팬티도 명물이다. 빨간 글씨로 알아보기 쉽게 쓴 거대한 가격표, 특정 시간에만 차량이 다닐 수 있고, 길가에 턱이 없어서 지팡이, 보행기와 휠체어 이용객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다닌다. 응대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시니어 세대가 대부분이다. 상점 주인도 단골들도 자연스레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 보니 60·70대는 기본이고, 터줏대감들은 80대도 여럿이라고 한다. 일정 구간마다 휴식할 수 있는 의자가 꼭 있고, 전단지를 붙여놓을 수 있는 게시판이 곳곳에 있는데, 취미교실이나 계절별 먹거리 소개가 다양했다. 접골원과 치과가 상대적으로 자주 눈에 띄었고, 복권 판매점과 불상 모양의 젤리와 잡화점들이 재미있었다. 오래된 상점가라, 구성이 친숙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물가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시니어들이 몰려드는 것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게이오 백화점이었다. 도쿄 신주쿠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천국이었다. ‘시니어 회피’ 전략이 대세인 듯한 한국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시니어 고객의 방문을 위해 고민한 것 같았다. 공간 및 상품, 서비스 구성에 있어서 배울점이 많았다. 먼저 공간 구성이 달랐다. 보통 백화점 1층은 가장 매출이 높은 공간이라 명품 가방이나 고급화장품 브랜드를 배치하는데, 시니어 편의를 위한 기능성 신발과 보온이나 일사병 예방을 위한 모자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반려동물 간식과 의자가 곳곳에 배치된 것도 특징이다. 70대나 80대 시니어들은 1층을 돌아보고 바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가 돌봄, 일상용품 쇼핑을 하고 지하 1층에서 신선식품 쇼핑을 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50대나 60대는 비교적 다양한 층에 들린다고 하는데, 그 흐름을 따라가봤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백화점 8층에 올라가면, ‘하트풀 플라자’가 나온다. 돌봄용품 전용 공간과 시니어용 식품, 보조용품 등 상품이 가득하다. 매장별로 노화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상황을 잘 이해하는 직원들이 배치돼 각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곳곳에 쉼터, 의자가 있어서 쇼핑을 하거나 계산을 하다가 가볍게 간식을 먹거나 쉬어갈 수 있다. 보청기 매장은 작지만 보청기의 색깔도, 종류도, 사이즈도, 기능도 여러 가지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관련 보험 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휠체어 매장에서는 휠체어를 가정용과 외출용으로 구분하고, 신체 사이즈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바퀴 달린 캐리어 형태의 장바구니 제품은 할머니들의 필수품 같았다. 무늬도 모양도 다양했는데, 고가 제품은 전동기가 붙어있기도 하고, 의자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할아버지들의 필수품은 지팡이였는데, 치매 노인이 이용하는 경우 길 잃음 방지가 되는 것도 있었다. 색색가발이 멋지게 진열되어 있는 매장에는 자연스러운 그레이 헤어도 눈에 띄었다. 기모노를 수선하는 곳도 있다.


서비스 부문에서 신기했던 부분은, 의류 코너와 미용 코너였다. 할머니 모델 사진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모델들이 멋지고 예쁘다기보다는 실제 세대별 평균 체형을 반영하고 있었다. 여성복 매장 바로 옆에는 건강식품 코너가 있다. 주름 개선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치아가 약한 사람들을 위한 연화식을 보너스 상품으로 준다. 취미 상품 매장에는 크고 작은 재봉틀과 실, 그림 그리는 도구나 간편 식물 가꾸기 물품 등이 다양했다. 베이커리 매장 빵의 크기가 유난히 작아 물어봤다. 예전만큼 소화를 못 시키거나 양이 줄어든 시니어를 배려해서 소량으로 만들고 그만큼 가격은 낮췄다.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빵도 있었다. 명상과 심리 상담을 받는 코너가 있었고, 유언장 관련 서비스 팜플렛도 눈길을 끌었다. 15분 마사지를 받는 공간도 이어졌다. ATM(자동입출금기) 역시 안내 글자 포스터가 크게 돼 있고, 식당가에는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계절 특선메뉴들과 옛날 스타일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의외였던 점은 가격이다. 같은 꽃무늬 스웨터라면, 8층(어르신) 매장은 20만원대, 3층(청년) 매장은 10만원대, 하라주쿠 세컨드핸드 샵에서는 1만원대 가격이었다. 단순히 디자인만 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섬유의 질, 내구성과 서비스 등이 다르다. 시니어 세대가 구매자로서 얼마만큼 소비력이 되는지를 엿본 것 같았다. 중산층 이상의 시니어 고객에게 편안한 백화점으로 다가감으로써 그들의 또래 친구들은 물론 자녀와 손자, 손녀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공간이 된 것 같았다. 9층 테라스에는 시니어 또래 친구들이 쉬면서 구입한 물건을 꺼내보고 있었고, 한층 아래 7층 유아동 매장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단위 쇼핑 그룹이 보였다. 한국에서도 아기가 있는 가정은 유모차를 끌기 쉽고, 화장실이 잘 갖춰진 곳을 찾다보면 백화점이 가장 편하다고들 하는데, 일본에서 시니어가 편리하게 쇼핑하는 곳을 보고 있노라니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를 위한 편의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초고령화로 인해 일본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부분들을 살펴보니, 나이를 먹는 것이 꼭 슬프거나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시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라지만, 기업이나 정부에서 맞춤형 상품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나도 편하고 아이들에게도 안전하게 다니고 사용하기 좋았다. 시니어 비즈니스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일본을 보면서,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한국에서도 새로운 양상을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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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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