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시계아이콘02분 39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3주년 성과
'게임체인저'만 전담 연구해 경영 DNA에 심어
아버지는 패스트 팔로워, 아들은 게임 체인저
기업 체질부터 조직 문화·사명까지 모두 바꿔
12년만에 글로벌 판매 3위 도약 성과
전동화·AAM·수소·로보틱스로 '퍼스트 무버' 전략

지난달 현대자동차 채용 홈페이지에 생소한 채용공고가 올라왔다. 글로벌 산업계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의 경영 전략을 연구하는 직무 담당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게임 체인저를 전담하는 연구원을 뽑는 기업은 국내에 현대차가 유일하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는 지난달 게임 체인저 경영 연구직 채용 공고를 내고 전형을 진행 중이다. 전담 연구원은 시장 판도를 바꾼 기업 또는 리더를 연구하고 전략과 트렌드를 정리해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일을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사내 컨설팅과 교육·자문까지 수행하는 역할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자동차만이 아니다. 인공지능, 신(新) 플랫폼, 탈중앙화, 메타버스, 클라우드, 구독경제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성공한 게임 체인저들을 연구한다. 이번 채용은 스스로 게임의 룰을 바꾸고 시장을 선도하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의 일환이다.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년 신년회에서 경영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화성=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정 회장이 게임 체인저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19년 신년사부터다. 2018년 가을, 수석 총괄 부회장에 오른 이후 정의선 호(號)의 선장으로서 내놓은 첫 번째 신년 메시지였다. 정 회장은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혁신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회장은 다음 해인 2020년 말 구체화된 전략을 제시했다. 전기차,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에너지 등 현대차그룹 4대 미래 사업의 청사진을 하나씩 공개한 것이다.

아버지는 패스트 팔로워, 아들은 게임 체인저

정 회장은 오는 14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수석 총괄 부회장으로 그룹 1인자에 오른지는 벌써 5년째다.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패스트 팔로워였다. 내연기관 시대 현대차그룹은 후발주자로서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최대목표였다. 얼마나 빨리 격차를 좁히는 가는 생사가 걸린 문제였다. 이 시간 동안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초석을 닦았다. 2021년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등기이사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 6월에는 현대제철 70주년 사사(社史)에서 직원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후선에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톱 5에 진입한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미 글로벌 탑티어의 반열에 오른 기업의 수장으로서 정 회장의 고민은 아버지 때와는 결이 달라졌다. 이제는 어떻게 쫓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따돌릴까를 생각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내놓은 답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 이를 위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이 때부터 현대차그룹은 일하는 방식부터 사명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제조업 특유의 군대식 조직과 문화를 IT기업같이 유연하게 바꿨다. 정장만 고수했던 현대차 직원들은 후드티에 면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종이 결재 서류를 없애고 보고를 간소화했다. 기아는 아예 사명에서 '자동차'까지 뗐다.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8월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안에서부터 혁신은 글로벌 시장 순위 상승을 이끌어냈다. 2022년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기준 전 세계 3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글로벌 판매 순위 5위에 진입한 지 12년 만이다. 이제는 친환경차 시장으로 판이 바뀌면서 미국에서는 친환경차 점유율 2위까지 도약했다. 인도 같은 신흥 시장에선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내연기관과 친환경차를 아우르는 투트랙 전략을 병행하며 수익성도 지켜냈다.


최근 3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올해 처음으로 합산 매출액 260조원, 영업이익 26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률 10% 달성도 기대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가 아닌 대중(mass) 완성차 브랜드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달성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기아로선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보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을 늘린 덕분이다.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게임 체인저 넘어 퍼스트 무버로…미래 전략은

게임 체인저로서 성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분야는 전동화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현대차그룹엔 기회다. 우선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공용 부품 확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E-GMP 기반 전기차는 2년 3개월여 만에 누적 50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으며, 전 세계 자동차 상을 휩쓸고 있다. 아이오닉 5·6와 EV6 등은 세계 올해의 차(2022·2023 WCOTY), 북미 올해의 차(2023 NACOTY), 유럽 올해의 차(2022 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수소는 현대차그룹이 단연 '퍼스트 무버'라고 자부할 수 있는 분야다. 현대차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대형 수소전기트럭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고성능 수소하이브리드 롤링랩(움직이는 연구소) 'N 비전 74'를 개발했다. 롤링랩은 모터스포츠 등에서 얻은 기술을 실제 움직이는 차에 적용해 양산 전 기술을 미리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당장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수소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정 회장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넘어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폐자원 수소생산 패키지, 이동형 수소 충전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게임체인저 전담 연구직 신설"…정의선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CES에서 4족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해 로보틱스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AAM과 로봇 분야는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다. 정 회장은 이제까지 두 차례 CES 무대에 올랐다. 2020년에는 도심을 날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공개했고, 2022년에는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했다. 이같은 신기술을 발표하면서 정 회장이 강조했던 메시지는 이동의 자유를 통한 인류의 진보다.



이무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다시 태어났다”며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면서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사례 연구로 정 회장의 '게임 체인저' 행보를 분석해 스탠퍼드대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