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건, 걷는 것이었다. 걷는 게 싫어 무조건 에스컬레이터를 선호했고, 너무 힘들 땐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했다. 조금만 걸어도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체력이 급감했고, 발과 다리가 욱신거렸다.
이토록 형편없는 체력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망치기도 했다. 부모님과 처음으로 떠났던 제주 여행에선, 급격한 체력 저하와 장염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가야만 했다. 짝꿍과 함께 갔던 캐나다의 어느 웅장한 산에선, 몇 걸음도 채 오르지 못하고 내려와야만 했다. 내 다리만, 내 체력만 좀 따라줬어도, 아마 지금까지 했던 경험들보다 두 배는 더 많은 경험을 했을 텐데.
사람들이 묻는다. 달리기를 하면 체력이 확실히 늘어나냐고.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달리기를 하기 전과 달리기를 한 후의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지금의 나는 시체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잠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공복 달리기를 한다. 더 이상 지하철의 빈자리를 찾아 헤매지 않으며, 에스컬레이터가 붐비면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른다. 무조건 버스를 타야만 했던 거리도 날이 좋으면 걷는다.
나는 그동안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을 위안 삼아, 육체를 내팽개쳤던 것 같다. 하지만 뼈저리게 깨달았다.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정신이더라도 비루한 몸을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력이 마이너스면,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결국 결과는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강주원, <보통의 달리기>, 비로소, 1만6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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