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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로 옮긴 것도 아닌데"… 法, 삼성디스플레이 가처분 신청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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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업체 우회취업 합리적으로 의심돼"
전직금지가처분 신청 인용
"경쟁업체 취업사실 명확하게 소명될 필요 없어"

퇴사 후 전혀 업종이 다른 중국 회사에 취업한 근로자를 상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낸 전직(轉職. 직장을 옮김)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회사와의 전직금지 약정에 포함된 경쟁업체로 옮긴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경쟁업체에 우회취업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다는 이유다.


법원은 전직금지가처분의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반드시 채무자가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쟁업체로 옮긴 것도 아닌데"… 法, 삼성디스플레이 가처분 신청 인용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K-Display 2023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관 모습.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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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박범석)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퇴사자인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별지에 기재된 각 경쟁업체나 그 영업소, 지점, 연구소, 사업장 또는 게열사에 고용 또는 파견돼 근무하거나 우회취업, 자문제공계약 또는 자문계약 등의 방법으로 위 각 회사가 수행하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방식 디스플레이의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또 "명령을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일 당 500만원씩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간접강제 금액으로 신청한 1일 당 1000만원씩을 500만원씩으로 감액한 것 외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측 신청취지를 전부 인용했다.


김씨는 2008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2009년부터 OLED 핵심 공정 중 하나인 ELA 공정에서 일했다. 그는 2012년부터는 ELA 공정 개발 업무의 그룹장(PL)으로 근무하다가 2022년 1월 15일자로 퇴사했다.


퇴사 전인 2022년 1월 11일 김씨는 회사에 '영업비밀 등의 보호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서약서에는 경쟁업체로의 이직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퇴직일로부터 2년 간 재직기간 중 알게 된 영업비밀 등이 누설되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창업하거나 국내외 경쟁업체에 전직하지 않겠다 ▲또 국내외 경쟁업체와 동업계약, 자문계약, 용역계약 등을 체결하거나, 제3의 업체에 재직하면서 경쟁업체에서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하거나 컨설팅 내지 노무 등을 제공하거나 기타 협력하는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활용한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하지 않겠다 ▲이 같은 경업금지 약정의 대가로 회사로부터 1억1270만원을 지급받되, 약정을 위반할 경우 위약벌로서 지급받은 돈의 2배인 2억2500만원을 회사에 지급하고, 지급받은 돈과 반환하는 날까지의 이자도 반환하겠다는 내용 등이었다.


그리고 김씨는 2022년 1월 28일 전직금지 약정의 대가로 회사로부터 세금을 공제한 약 8800만원을 받았다. 김씨의 연봉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이후 김씨는 2022년 4월 21일 중국 광동성 혜주시로부터 A 실업유한공사에 근무하는 내용의 외국인취업허가를 받았고, 2022년 8월부터 중국에서 근무했다.


김씨가 취업한 회사는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현지기업정보조회에 따르면 A 공사는 플라스틱 금형 및 기계 제조 업체로서 소속 직원이 7명, 자본금 1000만 위안(약 19억원)에 불과한 영세 업체였고, 본사는 3층 높이의 상당히 낡은 건물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3월 김씨를 상대로 전직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김씨가 직접 경쟁업체에 취직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와의 약정을 어기고 우회적으로 경쟁업체에 취직했다는 이유였다.


김씨는 A 공사가 전직이 금지된 경쟁업체가 아니고 자신은 레이저 치료기기의 반제품 개발 업무를 담당할 뿐이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먼저 삼성디스플레이와 김씨가 체결한 전직금지약정의 효력을 따져봤다.


김씨는 2020년 12월 회사로부터 그룹장 지위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받았고, 건강 문제로 퇴사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업체로 옮기기 위해 퇴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출된 자료들에 비춰볼 때 오히려 회사가 김씨의 퇴직을 만류했던 것으로 보이고, 치료를 받기에는 중국보다 국내에 거주하는 것이 더 편리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해위에 취업한 점 등을 볼 때 김씨의 퇴직에 회사가 책임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하고 있는 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구동 기술은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핵심기술 지정 고시 등에서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핵심 기술로 지정·고시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비록 김씨가 체결한 전직금지약정으로 인해 김씨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효하다고 볼 만한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봤다.


다음으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 재판부는 "김씨가 재직 중 알게 된 정보가 유출될 경우 그에 대한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쟁업체는 동종 경쟁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으로 보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본안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전직금지약정 기간인 2년이 도과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김씨의 전직금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입는 손해는 손해배상이나 위반결과의 제거 등 사후적인 구제수단만으로는 충분히 보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경쟁업체에 취직한 것이 아니라는 김씨의 주장도 "김씨가 경쟁업체에 우회취업을 한 것이라는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배척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경력과 이전 급여 수준, 김씨가 주장하는 건강 문제 등에 비춰 김씨가 삼성디스플레이를 그만두고 중국의 영세 업체인 A 공사에 진정으로 취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 반제품을 제조하는 A 공사가 주력물품으로조차 보이지 않는 물품의 일부 레이저 관련 기술을 위해 김씨를 채용했고, 김씨는 자신이 보유한 기술이나 정보와 전혀 무관한 A 공사에 취업한 이유를 수긍하기 어렵고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직접 확인한 결과 김씨는 이 사건 심문기일 무렵인 올해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A 공사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를 지적하자 김씨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병가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근태기록을 제출했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의무기록 등 공적 증명자료는 제출하지 않은 점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여전히 전직금지 의무 자체를 적극적으로 다투고 있는 점 ▲김씨의 주장대로 김씨가 A 공사에 재직 중이라면 이 사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별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우회취업이 의심되는 근거로 들었다.


한편 재판부는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을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채무자가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된 경우에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무자가 경쟁업체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정이 있거나 경쟁업체로의 전직을 계획하거나 의도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전직금지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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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회사와 약정한 전직금지 경쟁업체에 취업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우회적으로 경쟁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면 김씨의 전직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기 위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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