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망 사용료만큼 넷플릭스 제휴 수익 뽑아낼 수 있을까

제휴 성공 관건은 안드로이드OS 셋톱박스 보급률
안드로이드형 셋톱박스에서만 넷플릭스 가입·설치 가능
SKB, 경쟁사들 보다 보급률 저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수년간 이어 온 망 이용료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었다. 두 회사 모두 소송보다 협력이 더 이득이라는 판단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SKB가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통해 어느정도 수익을 얻어갈수 있느냐인데, 소송을 포기할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두 회사는 지난 18일 3년 6개월간의 망사용료 소송전을 끝내고 화해를 알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SKB와 모기업인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넷플릭스 서비스와 결합한 Btv(IPTV) 요금제, 모바일 요금제를 각각 출시한다.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우주'에도 넷플릭스 결합 상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도 추진한다.

두 회사의 협상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 LG유플러스나 KT가 넷플릭스와 맺은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계약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KT는 넷플릭스와 제휴에서 나온 수익을 망 사용료를 감안해 배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계약서엔 망 사용료라고 명시하진 않았지만, 다른 명목으로 제휴 수익의 일정 부분을 망 사용료로 받는다는 것이다.

또 비(非)금전적 부분에서도 캐시 서버(오픈커넥트) 증축 같은 대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캐시 서버는 인터넷 서비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자와 가까운 곳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여 빠르게 제공해주는 프록시 서버를 말한다. 서버가 국내 내가 아닌 외국에 있는 경우, 외국과의 통신에 필요한 회선 사용료 절감을 목적으로 설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를 넷플릭스가 전담한다는 얘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업계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내야 할 망 사용료가 최소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한국방송학회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선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가 넷플릭스가 지불해야 하는 규모가 연간 1465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개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근거로 산정한 결과다.

관건은 이러한 추정치 만큼 SKB가 넷플릭스로부터 수익을 얻어내갈 수 있느냐인데, 업계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 근거로 신형 셋톱박스 보급률이 낮다는 점을 든다. Btv를 통해 넷플릭스 가입자가 나오고, Btv에서도 넷플릭스를 볼 수 있도록 하려면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신형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경쟁사인 LG유플러스의 경우 국내 IPTV 사업자 가운데 가장 높은 안드로이드형 셋톱박스 보급률(97%)을 자랑한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중 가장 빠른 제휴를 이뤄냈고, 디즈니플러스와의 IPTV 단독제휴도 이뤄내기도 했다. 이통3사 중 넷플릭스와 두번째로 제휴를 맺은 KT는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 보급률이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SKB는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 보급에서 가장 후발주자다. 때문에 두 회사보다 보급률이 더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50%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급률이 낮을수록 Btv를 통해 넷플릭스로 유입되는 가입자도 적어지기 때문에 Btv가 가져가는 수익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또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더이상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처음 손잡았던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 상륙한 글로벌 OTT 업체가 거의 없다시피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라며 "그러나 지금은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애플TV 등 경쟁 OTT가 많아져 넷플릭스 한곳과 제휴를 맺는 것이 예전만큼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