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뉴질랜드 모델 삼아 정책 검토
“특정 연령대부터 평생 담배 구매 안 돼”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다음 세대는 담배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 리사 수낵 총리가 이 같은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여서, 현재 청소년층이 성인이 된 후에도 담배를 살 수 있는 길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안이다.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총리실은 정부의 최고위 보건의료 고문인 크리스 휘티 최고의학관(CMO)의 지휘 아래 흡연 규제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영국의 흡연 제한 정책은 뉴질랜드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책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1월 1일 출생자(현재 14세)부터는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흡연 규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는 담배 판매가 허가된 매장 수를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하게 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흡연 규제다.
영국 총리실은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의 흡연을 금지하는 것 외에도 술집 앞이나 공원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여러 흡연 제한 정책을 놓고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국 비영리단체 ‘바나도’는 지난해 정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법적 흡연 가능 연령을 1년에 한 살씩 높여서 특정 연령대부터는 평생 담배 구입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흡연율을 14%에서 5%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이 같은 강력한 흡연 제한 정책 제안에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낵 총리는 개인적으로도 흡연을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더 타임스는 “수낵 총리가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관점 외에도 젊은 세대에 미칠 악영향 측면에서 흡연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낵 총리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수낵 총리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소비자 중심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20일에는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 목표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휘발유·경유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루는 등 기후 대책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영국 대입 제도인 ‘A레벨’을 학습 과목을 더 늘릴 수 있는 국제바칼로레아(IB)에 더 가깝게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야당인 노동당으로부터 “쓸데없이 교육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노동당 역시 단계적인 담배 판매 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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