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표 개선에도, 경기 전망 회의적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짙어지면서 외국인 자금이 중국 증시에서 계속 이탈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이달 1~21일까지 230억 위안(약 4조22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인들은 8월 한달간 역대 최대 규모인 900억 위안(약 16조4900억 원)의 중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선 외인의 순매도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 일부 개선에도 미·중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 및 소비 위축으로 이른 시간 내에 중국 경기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한 탓이다.
외인의 '셀 차이나(중국 주식 매도)' 행보는 중국 증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부터 이달 21일까지 6.3% 하락했다. 당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 발표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지난달 초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발생하면서 외인들의 투매 행렬이 이어졌다. 중국이 지난달부터 주식 거래세 인하, 대주주 지분매각 제한 등 증시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증시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BNP 파리바의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프라샨트 바야니는 "부동산이 중국 가계자산의 7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판매와 주택 가격 부진은 소비 주도 경기 반등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이 바닥을 치고 오르기 전까지는 지출을 계속 불편하게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증시 부양을 위해선 당국의 부동산 경기 진작 노력과 소비 증대를 위한 인센티브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내부에선 올해 4분기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시장 전망을 웃돌며 개선되는 흐름이다. 8월 중국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같은 달 소매판매 역시 4.6% 늘었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으며 7월 지표(각각 3.7%, 2.5%)보다도 개선됐다.
픽텟자산운용 아시아 거시경제 리서치 수석인 덩 첸은 "우리는 경제가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며 이는 데이터로 확인됐다"며 "시장 측면에선 전반적으로 비관적인 투심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UBS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이사인 수닐 티루말라이 이사는 "시장은 중국 주식 매수 전에 확신을 줄 무언가를 찾길 원하고 있다"면서 "어쨌든 중국 주식은 싸다"고 평가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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