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좋은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가장 확실한 행복의 스위치입니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일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아시아경제가 주최한 '굿브레인 2023 콘퍼런스에 참석, '행복은 뇌의 GO 신호'를 주제로 한 특별강연에서 "행복은 추상적 관념이 아닌 즐거움과 같은 구체적 경험의 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간이 일하거나 돈을 버는 등 특정 행위를 하는 목적이 행복감과 같은 어떤 정신적 경험을 위해서라는 논리는 지난 2000년간 인간 심리를 지배해온 오랜 관점이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논의돼 온 '인생의 최종 목적은 행복'이라는 담론의 토대였다. 하지만 최근 뇌과학과 심리학이 발전하면서 이런 패러다임이 뒤바뀌고 있다. 서 교수는 "행복감과 같은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특정 감정이 행동을 유발한다는 게 최근의 관점"이라며 "가령 인간이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위험을 피해 도망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 속 행복은 어떻게 정의될까.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강남 유명 아파트나 고가차 등에 행복이 묻어있는 걸로 착각하고 이것들을 사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행복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서 교수는 "행복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사물에 묻어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쇼"라며 "행복을 알기 위해선 우선 우리 뇌가 왜 이런 쇼를 만드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간의 뇌는 생존과 재생산에만 관심있을 뿐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 행복에 관심이 있었다면 단순 걷거나 하늘을 보는 것 만으로도 항상 행복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대신 인간의 뇌는 마음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생존에 유리하도록 돕고있다. 마음은 크게 이성과 감성으로 나뉜다. 서 교수는 "행복은 이성이 아닌 감성, 즉 경험의 영역에 있다"면서 "악보를 보고 감동하기보다는 음악을 직접 듣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전했다.
감성과 경험의 영역에서 인간이 느끼는 두가지 자극인 '쾌'와 '불쾌'는 행복을 향한 일종의 신호등이다. 인간에게 쾌는 전진을 의미하는 그린라이트라면 불쾌는 후퇴나 정지를 의미하는 레드라이트다. 서 교수는 심리학계의 오랜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으로 인간이 가장 높은 수준의 '쾌'를 느끼도록 하는 건 '음식'과 '타인'이라고 했다. 이 두가지 요소는 생존과도 직결된다. 서 교수는 "행복은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쾌라는 경험의 묶음"이라며 "좋은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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