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9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대기하며 보합권에서 하락 마감했다. 긴축 경계감 속에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장중 5.1%를 돌파해 2006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6.57포인트(0.31%) 떨어진 3만4517.7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9.58포인트(0.22%) 낮은 4443.9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05포인트(0.23%) 하락한 1만3678.19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헬스, 통신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업종이 하락했다. 월트디즈니는 향후 10년간 테마파크, 크루즈라인 등의 사업 확장을 위해 600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장 대비 3.62% 떨어졌다. 아마존은 1.68%, 엔비디아는 1.01%, 인텔은 4.34% 밀렸다. 스타벅스는 TD코웬이 중국발 우려로 등급을 하향하며 1.5%이상 내렸다. 지난주 상장한 Arm도 5%가량 밀렸다. 반면 이날 나스닥에 상장한 인스타카트는 12.33% 상승했다. 대표 크루즈주인 카니발, 로얄캐리비안 그룹은 트루이스트가 투자의견을 상향하면서 각각 0.33, 2.5%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FOMC, 인스타카트의 상장, 국제유가 움직임, 국채시장 등을 주시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Fed가 5.25~5.5%인 현 금리를 유지하는 대신, 새롭게 공개되는 점도표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매파적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9%이상 반영 중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눈길은 Fed가 새롭게 제시할 점도표와 경제전망, 파월 의장의 입에 쏠린다. 특히 이번 FOMC는 최근 원유 상승 여파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고스란히 확인된 직후 개최돼,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Fed의 진단에도 눈길이 쏠린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등 세 차례다. 이번주에는 Fed뿐 아니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일본,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웨덴, 스위스, 대만, 영국 등도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크리스 파시아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FOMC (결과를) 앞두고 시장은 잠시 숨을 돌리며 다음 무엇을 말할지 기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찰스슈왑의 케빈 고든 수석투자전략가는 "우리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보다 끝이 더 가까운 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Fed가 내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소비 둔화가 본격적으로 지표로도 확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메리카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조셉 가포그리오 사장은 "Fed는 미국의 연착륙을 설계하는 데 여전히 집중하고 있다"면서 "여름 내내 소비지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팬데믹 기간 쌓인 초과 저축이 고갈되고 많은 젊은 미국인들이 학자금 대출 상환에 직면하며 소비는 둔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유가는 4분기 공급 부족 우려로 장 초반 상승하다 이후 하락 반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8센트(0.31%) 하락한 배럴당 91.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단기간 급등한 데 따른 차익 시현 매물 여파로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르구스 미디어의 데이비드 파이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세에 대해 "분명 인플레이션을 약간 더 높일 위험이 있다"면서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미국판 마켓컬리’로 불리는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의 상장도 주시했다. 인스타카트는 이날 공모가(30달러)를 12%이상 웃도는 수준에 상장 첫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에 이어 인스타카트도 첫날 호성적을 거두면서 그간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 반등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는 장중 40% 이상 뛰었던 최고치에는 못미친다. 지난주 나스닥에 데뷔한 Arm은 상장 첫날 25%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시켰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스타카트에 이어 다음날 예정된 클라비요 상장을 주목하고 있다. 클라비요는 이날 공모가를 결정한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8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3년여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11.3% 줄어 128만3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대폭 하회하는 데다, 2020년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36%선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금리는 5.09%선을 나타내고 있다. 장중 한때 2년물 금리는 5.1%를 넘어섰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금리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에 육박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1%가량 낮은 105.0선에서 움직였다.
이밖에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자동차 제조사 빅3 동시 파업 등도 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UAW 지도부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현재 미시간, 오하이오, 미주리주(州) 3개 공장에서만 진행 중인 파업을 다른 공장들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UAW는 단체협상 시한이 종료된 지난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1935년 UAW 창설 이후 자동차 빅3가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