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아세안·G20 순방 후 국무회의 통해 '후속조치' 당부
'디지털 규범' 언급하며 "가짜뉴스, 미래와 미래세대의 삶 위협"
"교육 현장 비통한 소식"… 교권 확립·보호 위한 법안 처리 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우리나라는 해외 시장을 안방처럼 누비고 다녀야 경제에 활력이 돌고 일자리가 생긴다"며 신흥전략시장에 대한 다양한 소통 협의 채널 구축을 지시했다. 지난주 동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및 주요 20개국(G20) 관련 정상회의에서 거둔 경제협력 분야의 실질적 후속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재임 중에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이 진출해 있는 모든 나라의 정상들과 만나고 국민과 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 "관계부처는 이번 순방에서 도출된 합의와 이행과제들을 차질 없이 챙겨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후속 조치에 속도감 있게 임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순방에서 정상회담과 양자회담을 비롯해 현지 기업인들과 만나 핵심 광물, 원전,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尹, 우주항공청 설립 촉구… "우리 청년들,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이날 국무회의는 순방에서의 경제 성과를 국민들께 전하고 의제별 협력 방안을 당부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6개의 다자회의, 20개의 양자회담 등 모두 33개의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며 "국가별로 특화된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해외 경제 사회 활동, 해외 진출과 상호 투자, 개발 협력 문제에 대해 핵심 사안들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모디 총리와의 별도 정상회담을 지목하며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 미국의 NASA와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협력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데 이어, 인도와도 우주과학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의 우주경제에 투혼을 불사를 우리 청년들이 지금, 국회에 제출된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흥전략시장인 인도, 인도네시아와의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대비해 "민간부문을 포함해 각 급의 다양한 소통 협의 채널을 전면 재정비해달라"는 지시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개발 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창 중국 총리와 한중회담을 통해 마련된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에 리창 총리와 기시다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규범 정립 강조하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위협"… "尹 노력,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아"
'가짜뉴스'를 지적하며 정부가 준비 중인 '디지털 규범' 정립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AI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협력하기로 했다"며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가 위협받고, 우리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삶 또한 위협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 순방에서도 윤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강조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디지털 격차·사이버 범죄·가짜뉴스는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 시민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도록 디지털 규범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디지털 규범' 마련을 위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대한민국은 이달 말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고 디지털 향유권을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천명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제안한 '디지털 규범' 관련 내용이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담기는 성과도 거뒀다. 정상들은 '기술 변화와 디지털 공공인프라(E. Technological Transformation and Digital Public Infrastructure)' 항목에서 "공공 디지털 인프라 체계를 위한 G20의 프레임워크 구축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대통령실은 이를 놓고 "윤 대통령의 디지털 규범 정립 노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의 기본방향인 '디지털 권리장전'을 논의 중에 있다. 디지털 권리장전 자체가 법적 강제성을 띠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공식 원칙으로 명문화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관련 법률과 시행령은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 현장 비통한 소식… 교권 확립 및 보호 위한 법안 신속 처리돼야"
전날 오후 참모들로부터 국내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전국 교사들의 토요 집회가 이어지는 상황에는 "최근 교육 현장에서 비통한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교육 현장의 정상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온 '교권 정상화'의 빠른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순방 직전에도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보호자의 협조 의무를 규정한 '교육기본법' 등 교권 확립과 교원 보호를 위해 제출된 법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교육부와 법무부에는 교사의 정당한 교권 행사가 처벌받지 않도록 '교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신속한 정비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교권 확립에 대한 메시지를 꺼낸 만큼 당정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신속한 법안 처리가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도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도 보장될 수 없다"며 이를 당부한 바 있다.
현재 당정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조사와 수사 방식에서 벗어나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수사 시 '교원지위법 개정안'에 따른 추가 의무 규정 신설을 예고했다. 교육감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조사·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고, 수사기관은 교육감이 제출한 의견을 기록에 첨부하고, 수사 및 처분에 관한 의견 제시를 참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밖에도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됐을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직위해제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전날 당정은 국회에서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발의해 신속 처리하도록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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