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 상위 10개 종목 중 이차전지 관련주 6개
증권사들 빚투 문턱 높이기…반도체·조선·운송주 등 관심
이차전지주 투자 광풍이 불면서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상위 10개 종목 중 6개가 이차전지주로 나타났다. 또 이들 6개 종목의 잔고 합산 규모만 2조원이 넘었다. 잔고가 쌓이고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은 위험관리에 나섰다.
4일 코스콤 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POSCO홀딩스였다. 잔고 규모는 5826억1100만원이었다. 이어 포스코퓨처엠(4436억9300만원), 에코프로비엠(3269억5600만원), 엘앤에프(3131억1000만원), 삼성전자(2993억7000만원), 셀트리온(2696억75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10위를 차지한 두산에너빌리티도 잔고 규모가 1800억원에 근접했다. 특히 이차전지주 수급 쏠림 탓에 신용융자 잔고 상위 10개 종목 중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6개 종목이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이들의 잔고 규모는 2조584억7300만원이었다.
10위권 밖에서도 이차전지 관련주가 많았다. SK이노베이션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25억7400만원이었다. LG화학(1556억5400만원), LG에너지솔루션(1467억2100만원), 삼성SDI(1343억19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차전지 관련주의 연초 대비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큰 폭 늘었다. POSC홀딩스의 연초 잔고는 771억4600만원에 불과했는데, 7개월 동안 5054억6500만원이나 늘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중 가장 많은 수치다. 포스코퓨처엠은 같은 기간 3314억3500만원, 에코프프로비엠은 1628억2600만원 늘었다.
이차전지 관련주가 아닌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는 감소하거나 소폭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초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4756억1500만원으로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1762억4400만원 감소했다. 연초 신용융자 잔고가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았던 셀트리온은 312억5600만원 늘었다.
이차전지주에 신용융자 잔고가 급격히 쌓이고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보증금률을 높이는 등 '빚투(빚내서 투자)' 문턱을 높였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8일부터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신용거래융자 보증금률을 45%에서 60%로 높였다. 관련주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50%에서 60%로 조정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담보유지비율도 140%에서 150%로 올렸다.
NH투자증권도 지난달 26일 오후 6시부터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 등과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대출 한도 등급을 'C'로 하향했다. C등급은 대출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된다. 또 종목 담보유지비율도 140%에서 170%로, 증거금률은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4~5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에 대한 신규 신용거래를 막았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빚을 내서 많이 샀다는 것이어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추가적인 악순환에 빠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며 "일부 종목의 경우 펀더멘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가격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더 올라가려면 누군가 계속 비싼 가격에 사줘야 하는데 다시 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수급에 외국인과 기관의 숏커버링이 가세하면서 이차전지주에 쏠림현상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업종과 소프트웨어, 운송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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