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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AI의 시대, 공동체에 기여할 친절함 갖추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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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로 교육 격차 해소 힘쓰는 이수인 에누마 대표
장애아동 둔 엄마…학습 느린 아이들도 쓸 수 있는 SW 개발
"기계와 의사소통 중요한 시대…타인에 도움 되려는 마음 중요”

[파워K-우먼]"AI의 시대, 공동체에 기여할 친절함 갖추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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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격차를 줄이려고 만든 서비스를 선행학습용으로 쓴다는 사실에 한때 당황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장애가 있는 아이든,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든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더라구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엄마다. 에누마는 자신의 자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자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이제는 특수학교뿐 아니라 개도국의 어린이들도, 국내외에서 공부를 재밌게 하고 싶은 아이들도 에누마의 '토도'를 찾는다. 토도는 예비 초등학생이나 저학년, 학습 속도가 느린 어린이들의 기초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게임 디자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성공 경험을 주는 데 초점을 뒀다. 에누마는 영어, 수학, 한글 콘텐츠를 서비스중이다. 특히 '토도수학'은 세계 20여개국 앱스토어에서 1등, 1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 대표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반복과 실패의 괴로움을 줄여주고 싶었다"며 "초등학생이 갑자기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학을 풀게 만들 순 없지만 초등 2학년 수학 문제를 4~5년간 잡고 있어도 괴롭지 않게 해준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게임디자이너였던 이 대표의 인생 항로는 첫째 출산을 위해 당시 유학중이던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향했을 때 달라졌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의사의 한마디였다. 이 대표는 "첫째 아이를 돌봐주던 의사가 내가 게임 디자이너라는 말을 듣고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기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을 때도 교구나 퍼즐을 금방 풀어버리는걸 보고 스마트 기기로 인지훈련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터치스크린은 장애아동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2012년 이 대표는 게임 프로그래머 출신 남편과 실리콘밸리에서 에누마를 공동창업했다. 그는 "게임과 교육은 상극처럼 여겨지지만, 디지털로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활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파워K-우먼]"AI의 시대, 공동체에 기여할 친절함 갖추는 게 중요" 이수인 에누마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사업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그렇다고 '엄마 창업자'의 고충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2019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상금 1500만달러를 내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최종 우승했을 때다. 탄자니아의 문맹 아동에게 15개월간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데 5년간의 프로젝트 마감일과 둘째 출산 예정일이 불과 14일차였다. 이 대표는 "아이가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면 핵심 인력 2명이 빠져야 해 프로젝트가 중단될까 굉장히 걱정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사업에 올인했는데 개인적인 행복을 찾아 아이를 가진 거라고 오해하면 어쩌나 고민도 많았다"며 "출산하러 간다는 이야기를 정확히 애 낳으러 가기 일주일 전에야 꺼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자신이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미래를 그려본 적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신 주변에서 격려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성장동력을 얻었다. 그는 "과거에는 '내 주제에 무슨'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남에게 나를 내보일 때도 항상 주저했는데 다행히 주변에 '니가 아니면 누가 하냐'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너라면 충분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주변 반응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써요.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할 때 미국에서는 '멋지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국에서는 '애가 아프면 엄마가 애를 봐야지'라는 반응이 나왔거든요. 세상에 계속 새로운 롤모델이 나오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해요. 아니면 주변에 그런 사람을 많이 두거나요."


이 대표는 에누마를 '테크기업'이자 '미션으로 움직이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에누마의 미션은 '교육 격차 해소'다. 미션을 달성하는 방식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기존 제품들은 취학 전 조기 교육 없이 학교에 간 개도국 아이들이나 자기 나이보다 더 어릴 때 학습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라며 "디지털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재밌고 아이들을 덜 실망하게 해준다면, 그 친절함에 매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워K-우먼]"AI의 시대, 공동체에 기여할 친절함 갖추는 게 중요" 이수인 에누마 대표.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 대표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했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내가 훌륭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동료들을 만나 잘하게 된 것이다. 책임감이 더 생기고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에누마의 미션을 접한 혹자는 '당신의 회사가 존재하는 동안 그 미션을 이룰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이 대표는 "사람들은 성공을 어떤 상태로 정의한다. 상장이나 엑시트 같은. 그렇지만 우리는 거대한 목표에 더 많이 기여하려고 한다.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누마는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미국 본사 외에 한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에 지사가 있고 직원은 130명이다.


챗GPT의 등장으로 현존하는 직업 중 3분의 1이 사라지고 3분의 1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물었다. 이 대표는 '친절함'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계와 의사소통하는 부분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기술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 즉 친절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기술이 목표가 아니라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인간사회에 기여하는 게 우리 모두의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인 대표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엔씨소프트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했다. 2012년 미국에서 남편인 이건호 최고기술책임자와 에누마를 공동 창업다. 2017년 사회혁신기업가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고 2019년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공동 우승했다. 2020 세계경제포럼(WEF) 산하 기구인 슈왑재단(Schwab Foundation)의 2020 '올해의 사회혁신가'로 선정됐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발표에도 참여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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