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발언대]달라진 베트남 사업환경… 성공 조건은

시계아이콘01분 30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생산기지 탈피… 신재생 등 관심
인허가 명분 줄 밸류 투자자 원해
면밀한 정보 검토·긴 안목 필수

[발언대]달라진 베트남 사업환경… 성공 조건은
AD

몇 년 전 한국 기업 한 곳이 베트남 기업의 개발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사업 인허가 취득에 들어가는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금 투자를 하고, 인허가 취득 후의 사업진행 비용도 자사 투자금 또는 자사가 차입금을 끌어와 충당하기로 했다. 계약 조건상 만약 사업인허가를 얻지 못하면 베트남 기업이 자본감소를 통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베트남 상법상 감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야 할 수 있고 감자 금액에도 제한이 있다. 사업이 취소되면 베트남 기업은 한국 기업에 투자금 전액을 돌려줄 수 없었다. 베트남 기업이 이 사실을 알면서 감자 방식의 안전 조항을 제안했다면 눈 가리고 아웅이고, 모르고 그랬다면 나중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게 순리다. 한국 기업이 "사업인허가를 못 받으면 베트남 기업의 주주 레벨에서 우리 회사 투자금만큼 주식을 되사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니, 베트남 기업은 거부했다. 이 한국 기업은 결국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투자했다. 사업인허가를 받겠다던 기한은 이미 지난 지 오래지만, 투자금 회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처럼 고위험을 감수하면서 베트남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일이 안 돼서 잃을 수 있는 투자금보다 일이 잘되면 얻을 기대이익이 훨씬 크다는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20여년간 국제거래 자문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든, 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든 잘 되는 기업은 예외 없이 사업 활동에 대한 정보를 직접 면밀히 수집하고 숨겨진 위험을 충실히 검증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파트너에서 받는 정보를 의사결정의 근간으로 삼는 외국 투자가 성공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에도 대체로 다를 바 없는 얘기다. 오너 사이의 친분과 신뢰, 로컬 파트너의 자국 네트워크는 사업 시작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기회 같아 보여도 현지에서 제도적·법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재고해야 한다.

베트남의 경우, 양자 간-다자간 통상규범에 편입되는 수준이 높아지면서 법제도 바뀌고 있다. 서구 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경쟁 수준도 달라졌다. 더이상 단순조립 생산기지를 자처하지 않고, 신재생 에너지와 ESG 법제에 대한 관심도 선진국 못지않다. 반부패 사정 정국이 이어지면서 인허가도 결정권자 한두 사람 안다고 성사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이제 기술력이든 인력 양성이든 인프라 구축이든, 인허가 명분을 줄 수 있는 밸류 투자자를 찾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베트남 국빈 방문에 필자도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양국 기업의 투자 양해각서(MOU)가 100건 넘게 체결되었다. 발전, 인프라 개발 등 전통 산업부터 패션, 인공지능 분야까지 여러 산업에 걸쳐 투자 협력이 이뤄진 것이 새로웠다. 하지만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이 아직 바뀌지 않은 것은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사업 개시 패턴이다. 어떤 사업이든 인적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하겠으나, 의사결정은 그 이상의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이번에 체결된 MOU를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성공적인 사업화로 이끌려면 베트남의 변화한 사업환경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AD

이준우 법무법인화우 국제법무팀장, 베트남 사무소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04.1706:10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정갑영 전 총장 "갈등 풀려면 경제 성장해야…해법은 교육"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610:10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김형오 "개헌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결별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1010:00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손봉호 “헌재 결정에 승복 안하면 자해행위”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911:19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정세균 "국민통합 안 되는 원인은 정치…갈등 조장 세력 단절해야"

    편집자주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분열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은 변화의 마중물이다. 고난과 역경 앞에서 좌절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혐오와 반목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60일도 남지 않은 제21대 대통령선거는 중요한 시험대다. 다시 갈등과 혼돈의 늪에서 헤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 25.04.0811:41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양극단으로 쪼개진 사회…회복과 통합, 그 해법은

    "신뢰가 없으면 공동체 구성원 간에 믿음이 없으니,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정치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춘추시대 유학자인 공자(公子)가 남긴 말을 전했다. 지난겨울 비상계엄의 충격파 속에 혼돈에 휩싸여 있던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얘기다. 문 전 의장은 "공자 말씀이 ‘정치가 무엇이냐’를 물으면 군사(국방, 안보)와 식량(경제), 믿음(공동체) 3가지를 말했다"면

  • 25.04.1807:39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양기대 "통합 필요한 세력 진정성 있게 껴안아야"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국회의원이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했다. '희망과 대안 포럼' 이사장이기도 한 양 전 의원은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며 "제3세력 태동 가능성은 사그라들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경제적 불평등 등에 대한 깊은 통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17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서울 중

  • 25.04.1308:00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테슬라 폭락에 백악관 나간다는 머스크…트럼프와 멀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부효율부 수장인 일론 머스크가 조만간 정부를 떠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내용으로,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도 떠날 시점이 올 것이다. 아마 몇 달 후가 될 것 같다"라고 발언하면서 머스크의 조기 사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이탈리아 극

  • 25.04.1207:00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드론 격추하기 시작한 북한군…수세로 몰린 우크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초기 고전에도 불구하고 현대전 전술에 빠르게 적응하며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러시아군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후퇴를 거듭하면서 자국 국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초기에는 무인기(드론)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던 북한군이 짧은기간 내에 드론 대응 전술을 익

  • 25.04.0609:01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이상돈 "국민의힘 플랜B가 없다…변화에 한계"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파면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불행한 역사다. 지난 4일 오후 3시 아시아경제 유튜브 채널 'AK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플랜B가 없다"며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뷰 전문은 아래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8:0으로 파면됐다.영어로 표현하면 심플 앤드 클리어다.

  • 25.04.0608:00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파나마 운하 둘러싼 미중 패권대결…난처해진 홍콩재벌

    최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홍콩 재벌 리카싱 회장이 양국의 압력 속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리카싱이 이끄는 CK 허친슨 그룹은 파나마 운하 항구 2곳의 운영권을 미국 투자기업 블랙록에 매각하려 했으나, 중국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최종 계약 단계에서 보류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거래를 넘어 글로벌 해양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치열한 경쟁의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