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험지 강서구 16년만에 탈환의 기억
尹대통령 후광효과 누린 지난해 지방선거
오는 10월 보궐선거는 정부 중간평가 부담
오는 10월11일(수요일)에 열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하반기 정치 이슈 가운데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 여의도 정가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무대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지난 5월18일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관련해 유죄가 확정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0월에는 새로운 강서구청장을 뽑게 된다.
강서구청장 선거는 여러 의미에서 여당의 부담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차와 포를 떼고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강서구의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서울에서 여당의 가장 험지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곳이 강서구다.
강서구는 역대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대표적인 지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주목할 부분이다. 국민의힘은 김태우 후보를 내보냈고, 더불어민주당은 김승현 후보를 내보냈다.
다른 후보는 없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1대1 정면 승부였다. 결과는 국민의힘의 승리. 김태우 후보는 13만2121표, 득표율 51.3%를 올리며 당선됐다. 김승현 후보는 12만5408표, 득표율 48.7%로 낙선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 가운데 17개 지역에서 승리했다. 그중에서도 강서구청장 승리는 특별했다. 그냥 1승이 아니었다.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더 값진 승리였다.
2016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득표율을 확인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민주당 노현송 후보는 18만4229표, 득표율 61.6%를 얻으며 압승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태성 후보는 7만7069표, 득표율 25.8%에 머물렀다.
노현송 후보가 현역 강서구청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상당했다. 강서구는 그런 곳이었다.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의 본류를 자처하는 정당이 승리한 경험은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태우 후보의 당선은 16년 만의 승리인 셈이다. 2006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기록적인 대승을 거뒀던 선거였다. 국민의힘 쪽에서는 2006년 이후 오랜만에 기분 좋은 승리를 강서구에서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선거 상황을 되짚어본다면 오늘 10월 보궐선거에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에 열렸다. 선거를 하기 전부터 국민의힘이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선거 역사를 살펴보면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힘을 실어주는 의미에서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는 10월 보궐선거는 임기 2년 차에 치르는 선거다. 야당은 국정운영에 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여당은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서울에서 승리를 거둔 기세를 이어가야 하는데 여러 의미에서 만만치 않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선거 구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강서구에는 이미 4명의 예비후보가 활동하고 있다.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와는 달리 다자 구도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궐선거는 일부 지역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여론의 집중도가 높다. 당선을 노리는 후보는 물론이고 출마에 의의를 둔 후보들까지 참전한다면 여러 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다. 민주당은 승리할 카드를 내놓으려 막판까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맞불을 놓느냐, 무공천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장고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당 입장에서 선거 결과에 정치적 의미가 커지는 상황은 부담스럽다. 김을 빼는 작전으로 판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강서구청장 선거에 여당이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서울 민심의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강서구청장 선거의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보궐선거의 특성상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는 점도 장년층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민의힘에 유리한 환경이다.
야당은 이미 칼날을 가다듬고 있다. 여당도 상황에 따라서는 정면 대결로 방향을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10월 강서대첩이 또 하나의 선거 드라마를 만들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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