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부' 질책…산하기관 예산 감축 지시
"이미 최소한의 조직, 사실상 구조조정"
정권 따라 들쑥날쑥 "업무 연속성 보장 못해"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을 주문한 통일부가 사실상 추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개성공단과 남북 교류·협력을 담당하는 산하 기관에 예산 감축을 지시했다. 올해 4월 대규모 조직 개편에 이어 남북 교류 예산마저 줄어들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 성향에 따라 휘둘리는 탓에 업무 연속성 부족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 산하 기관 2곳에 운영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가동이 장기간 중단됐고 남북 교류·협력이 거의 멈춘 상태인 만큼 두 기관의 업무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재단의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인·허가, 시설관리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6년 2월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되면서 핵심 업무를 잃었다. 협회는 북한주민 접촉 신고, 물품 반·출입 승인 신청 등 남북 교류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절차를 담당하는 기관인데, 이곳역시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이 지속되면서 업무 수요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이들 기관은 이미 예산의 상단 부분이 감축됐고 현행 예산의 90%가량은 인건비, 건물 임대료 등 최소한의 고정비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예산을 감축하라는 지시는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 감축 기조'를 이유로 들면서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인적 개편을 시사했다.
통일부 안팎에선 잦은 개편으로 부처의 역량에 손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올해 4월 통일부 본부내 교류·협력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북한인권' 분야에 힘을 싣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최근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지칭하며, 김영호 장관 후보자가 예정대로 부임할 경우 인사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오간다.
전직 통일부 관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들쑥날쑥한 부처가 통일부"라며 "언젠가 다시 만들 조직을 없애기만 한다고 개혁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대북 협상 전문가'를 없애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정권 성향에 따라 조직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것은 업무 연속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교류·협력 조직을 축소하고 '대북 정보'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정세분석국이 이 때 생겼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정보기능을 축소하고, 인도적 지원조직을 키웠다. 박 전 대통령 임기 중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서 인권에 방점을 둔 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인도협력국이 부활했고 교류협력국이 '실'로 격상됐다. 북한이 폭파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도 이 시기에 생겼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키우고 교류협력실을 다시 '국'으로 격하했다.
과장급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으로 실무진까지 감찰·조사받는 사태를 거치면서 조직이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직을 흔들어 놓으면 누가 전면에서 과업을 추진하겠나. 보수 정권에서 충성하면 진보 정권 때 죽고, 진보 정권에서 열심히 일하면 다음 보수 정권 때 잘려 나간다는 신호"라고 토로했다.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지향하는 원칙 중 하나는 '조건 없는 대화'지만, 사실상 대화 기능을 차단하면서 북한에게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대북 압박을 선도하면서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우리에게 실효적인 전략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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