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외 Y염색체도 비생식기관 암에 큰 영향
남성이 여성에 비해 대장암ㆍ방광암 등에 유독 취약한 것에 생활 습관 외에도 Y염색체가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1일(현지 시각) 이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 2개를 게재했다. 그동안 남성들은 흡연, 음주 등 식생활ㆍ습관 때문에 대장암ㆍ방광암 등 비생식기관 암에 더 많이 걸리고 더 취약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생활 습관을 고려하더라도 여성에 비해 중증도ㆍ발생률이 현저히 높아 그 이유에 대해 연구가 진행돼 왔다. Y염색체는 남성에서 주로 발견되며, 세포 분열 과정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면서 Y염색체가 없는 혈액 세포의 양이 늘어나며, 이런 세포들이 많을수록 심장 질환, 신경 퇴행성 질환, 일부 암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
우선 방광암에는 Y염색체가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LA 소재 세다스-시나이 병원 연구팀은 이같은 Y염색체의 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하기 위해 자연적으로 없어지거나 혹은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제거한 방광암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Y염색체가 없는 방광암 세포와 있는 방광암 세포를 각각 생쥐에 주입한 후 관찰한 것이다. 이 결과 Y염색체가 없는 방광암 세포가 훨씬 더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Y염색체가 없는 종양 주변의 면역 세포들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같은 면역 세포들의 활동을 재개시킬 수 있는 항체 치료제를 주입해봤다. 이 결과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종양보다 없는 종양에 대해 더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인간 종양 세포를 대상으로도 똑같은 실험을 실시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얀 두만스키 스웨덴 웁살라대 유전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암을 치료하는 데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장암에는 Y염색체가 해로운 역할을 했다. 대장암 전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 센터 연구팀은 Y염색체에 있는 KDM5D 유전체가 대장암 종양 세포 간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어 신체 내 다른 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체를 제거했더니 종양 세포들이 덜 침습적으로 됐고, 면역 세포에 의해 인식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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