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18일 주민투표 실시
"백만장자 고국 떠날 것" 우려도
노르웨이에 이어 스위스 제네바 주(州)에 거주하는 부유층들의 세금을 올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스위스 부자들은 부유세 인상 후 백만장자들이 고국을 떠나 해외로 이주한 노르웨이 신드롬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네바 주 정부는 부유세 세율을 현행 자산의 연 1%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을 오는 18일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순자산 300만 프랑(약 43억 원)이 넘는 개인이 대상이다.
'연대세' 명목으로 추진되는 이번 부유세 인상안이 시행되면 제네바 주 정부는 향후 10년간 4억3000만 프랑(약 610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좌파 정당인 녹색당 주도로 부유세 인상 논의가 본격화됐다. 팬데믹으로 불평등이 확산되고 대규모 지출로 공공부채가 늘어나자 일부 국가에선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율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법안 역시 "보건, 사회, 경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산층은 이번 위기로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수백만장자들에게 연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액의 재산에 대한 일시적인 연대 기여"를 명목으로 부유세 인상이 추진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유세 인상 논의는 '팬데믹의 유산'으로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코로나19 당시 제네바 주 정부는 대규모 지출과 재정적자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초과 세수로 7억2700만 프랑(약 1조400억 원)의 기록적인 흑자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새로 선출된 제네바 주 정부 역시 주민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탈리 폰타넷 스위스 재무장관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제안은 코로나19 위기 때 국가가 더 많은 재정적 수단을 통해 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다"며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세수는 빈곤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세금 부담에 고국을 떠나는 노르웨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노르웨이 정부가 부유세 최고세율을 종전 1.0%에서 지난해 1.1%로 인상하자 현지 부자들이 대거 스위스를 포함한 해외로 이주한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주 정부는 노르웨이보다 훨씬 높은 1.5%의 부유세율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라 후폭풍은 더 거셀 전망이다.
스위스 부유층 사이에선 이미 충분히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스위스 정부에 따르면 상위 1.4%가 부유세의 69.8%를 부담한다. 국민의 70.4%는 부유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제네바 주 정부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재산이 200만프랑 이상인 납세자들이 낸 세금은 7억 프랑으로 전체 부유세수의 83%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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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수빌리아 제네바 상공회의소 회장은 "우리는 부유층이 국가를 떠나는 노르웨이 신드롬을 피하고 싶다"면서 "이 이상적이고 선동적인 법안은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 제네바 부유층의 거주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이 법안은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소수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 중 10명만 도시를 떠나도 세수가 2억 프랑(약 2900억 원)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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