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주요국 입법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발표
입법 수요 증가와 '일하는 국회' 분위기를 타고 국회발의 법안이 늘고 있다. 입법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의원발의 법안에도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는 정부발의 법안에만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발표한 ‘주요국 입법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6대 국회(2000~2004년) 2507건에서 20대 국회 2만4141건(2016~2020년)으로 5회기만에 1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가파른 증가세다.
주요 국가별로 최근 5회기 동안 발의법안 추이를 보면, 미국(9091건→1만5242건), 독일(573건→806건), 영국(167건→191건)은 다소 늘고, 일본(273건→155건), 프랑스(563건→330건)는 감소했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발의법안 증가세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21대 국회도 출범 3년만에 20대 국회 발의법안의 90%(2만1763건)를 넘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입법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의법안 증가로 법안가결률이 하락하고 임기만료로 버려지는 폐기법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6대 국회에서 37.7%였던 법안가결률은 지속해서 하락해 20대 국회 13.2%를 기록했다. 21대 국회에서는 9.4%까지 떨어져 독일(67%), 일본(43.8%), 영국(16.5%), 프랑스(12.7%) 등 주요국 가결률에 미치지 못했다.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는 것은 민의를 잘 반영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법안심사 부담을 가중하거나 입법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실제 20대 국회 기준으로 보면 1개 법안에 대한 심사 시간이 13분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정부발의 법안과 달리 입법영향분석을 적용하고 있지 않은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발의법안이 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이나 규제법안과 유사·중복발의 증가, 법안 심사 시간 부족으로 인한 입법 품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관련법 개정안이 6건 계류돼 있다. 18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법안에 계류돼 있다는 점에서 국회 내 공감대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김태년 의원안, 신정훈 의원안(이상 더불어민주당), 윤재옥 의원안, 이종배 의원안, 정경희 의원안, 홍석준 의원안(이상 국민의힘) 총 6건이 계류 중이다.
보고서는 주요국 대부분이 입법영향분석을 시행하고 있으며, 복잡한 발의 및 심의과정을 통해 입법 품질 제고와 입법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정부안과 의원안 모두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하고 있으며, 법률안의 종류 나 적용 범위와 관계없이 상·하위법률 모두를 분석대상 한다. 독일은 연방의회 요구에 따라 입법영향분석에 준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입법 가능 분야를 제한하는 프랑스는 상·하원의장의 요청에 따라 최고행정법원이 의견을 제출한다. 일본은 입법영향분석을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원 법안발의 전 당내심사가 의무화되어있다. 미국은 법률안 제출 시 비용편익분석을 첨부하는 것이 일반화되어있으며, 양원합의 전 입법 영향 등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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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다양한 입법수요를 반영해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책무이자 권한이지만 법안이 많을수록 심사 부담은 커지고, 입법 품질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 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21대 국회에서 입법영향분석 도입 논의와 입법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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