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매수 주체별 코스피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수익률 분석
6월9일까지 코스피 누적 수익률 약 18%
개인 9개 종목 마이너스, 기관 모두 플러스, 외국인 3개 종목 마이너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20위 안에 포함된 종목 중 절반가량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대비 코스피가 18% 가까이 오르며 상승 랠리가 이어졌지만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베팅은 불발에 그친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 코스피 순매수(1월2일~6월9일 거래대금 기준) 상위 20개 종목 중 엔씨소프트(-31%)·LG생활건강(-28%)·한국가스공사(-27%) 등 9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약 18%)에 미치지 못한 종목까지 포함하면 총 11개 종목으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주가 하락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엔씨소프트로, 연초 대비 주가가 31%나 떨어졌다. 신규 출시 및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인 게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전반적으로 게임 시장의 흥행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엔씨소프트에 이어 LG생활건강도 주가가 28%나 떨어졌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 순매수 5위에 올랐지만, 그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4위에 랭크됐지만, 주가는 10.81% 떨어졌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호실적에도 3년 연속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면서 연초 주가 급락 사태를 겪었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순매수 상위 20위권 그룹 내에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이 단 하나도 없었다. 기관 투자자 순매수 상위 그룹에서는 5위에 오른 KB금융의 주가 등락률이 0.52%에 불과해 가장 저조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삼성전자에만 10조6733억원에 이르는 압도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도 이에 부응해 연초 대비 28% 올랐다. 이와 달리 삼성생명(-5.2%)·삼성물산(-4%)·오리온(-3.2%) 등 세 종목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위 내에 들었음에도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별로 비교하면 지난 주가 상승 랠리 국면에서 기관 투자자가 '실패 없는' 투자로 안정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20개 그룹의 평균 수익률로 따져보면 개인 투자자가 64%로 가장 높았다. 개인이 쓸어 담은 종목 중 절반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에코프로(565%)·윤성에프앤씨(332%)·에코프로비엠(192%) 등 일부 종목의 주가가 그야말로 폭등한 덕분이다. 이어 외국인(48%)·기관(33%) 순이었다.
증권권가에서는 코스피 상단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다만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가안정, 긴축 종료 등 거시적 측면에서 상승 요인이 없지 않지만, 경기 침체 우려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관련주 기대감과 더불어 하반기 강세론이 우세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상반기 상승 후 하반기 박스권'이라는 전망 경로를 유지한다"며 "신냉전과 포스트 코로나 세상에서 새로운 버블을 조장하기보다는 (경제·금융 불안 상황이) 안 터지게 끌고 가는 것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사명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도 "AI 관련주, 아마존, 테슬라 등 소수 기술주가 주도한 강세장은 밸류에이션 부담에 노출돼 있다"며 "펀더멘털에서는 경기 연착륙과 기업 이익 턴어라운드에 신뢰도가 쌓여야 하는데,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여전히 강한 고용과 인플레이션 하방 경직 우려가 잔존하며 통화정책 경로를 확신할 수 없고, 금융시장 불확실성 반복과 수요위축 우려가 가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소비자물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중국 경제지표 등이 경기 위축과 경기 부양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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