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해외 법인 유보금을 활용해 국내 전기차 투자를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해외 법인에서 본사로 유입되는 배당액을 직전 연도 대비 4.6배 늘린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59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현대차 울산 공장, 기아 오토랜드 화성 등 국내 전기차 전용 공장에 투자한다.
마련 예정인 배당금은 현대차가 21억달러, 기아 33억달러, 현대모비스 2억달러 등이다. 전체 배당금의 79%는 상반기 내에 본사로 송금되며 나머지 21%도 올해 안에 국내로 들여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례를 해외 자회사가 거둔 소득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으로 보고 있다.
최근 2년간 현대차그룹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해외법인이 본사 배당금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현대차 미국법인과 인도법인, 체코 생산법인 등이 배당을 늘렸고 기아 미국법인과 슬로바키아법인, 유럽 법인도 본사 송금을 확대했다.
최근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해외배당금 관련 법인세법을 개편한 영향도 작용했다. 기존에는 해외와 국내 모두 과세한 뒤 일정 한도 내에서 외국 납부세액이 공제됐다. 올해부터는 해외에서 이미 과세한 배당금은 국내에서 5%만 과세하고 나머지 95%는 과세를 면제한다.
해외 법인의 이중과세 문제가 해결되자 해외 자회사 배당금을 국내로 자유롭게 들여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세부담도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납세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자회사 배당금 활용하면 외부 차입을 줄일 수 있어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다고 봤다. 현금 확보 효과로 적극적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아울러 국내로 7조원이 넘는 배당금이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 개선에도 일부 기여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로 들여온 배당금을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과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 라인 전환 등에 투입한다.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과 선행 기술 개발 투자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은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전기차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미래 자동차 산업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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