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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말없는 소녀'를 만드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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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방치에 현실 도피하는 아이들
밝고 친절한 얼굴이 마음속 상처 치유

영화 '말없는 소녀'에서 코오트(캐서린 클린치)는 외톨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고립된다. 그가 있는 곳만 공기와 시간이 일그러져 있다.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이름을 부르며 찾아도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힌다. 생리적으로 부모나 친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상2도]'말없는 소녀'를 만드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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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무관심과 방치에 따른 현실 도피다. 아버지는 경마에 빠져있고, 어머니는 출산 준비에 여념이 없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콧방귀를 뀌며 무시한다. 무형의 억압 속에서 코오트는 사람과의 교감에 노력을 덜 들인다.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받아들인다.


자기중심성은 벗어나기 힘든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종일 자신과 처한 상황만 생각해 부정적 사고와 고민이 많아진다. 매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죄책감과 창피함을 느낀다. 급기야 무기력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기에 이른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외롭게 만든다.


'말없는 소녀'는 위기의 코오트에게 더없이 찬란한 여름을 선사한다. 코오트는 알지도 못하는 먼 친척에게 맡겨져 사랑과 정을 체감한다. 처음 인사를 나눈 순간부터 감지한다. 원작인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에 쓰인 그대로다.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상2도]'말없는 소녀'를 만드는 부모들

본능적 판단의 근거는 밝고 친절한 얼굴이다. 아일린(캐리 크롤리)은 자동차 문을 직접 열어주며 반갑게 맞이한다. "세상에, 이게 누구야. 제대로 볼 수 있게 나와보렴. 마지막으로 봤을 때 유모차에 타고 있었는데." "유모차 부서졌어요." "어쩌다 그렇게 됐니?" "언니들이 수레로 쓰다가 바퀴 하나가 빠졌어요." "자, 들어가자."


아일린은 코오트의 작은 변화에도 습관처럼 칭찬하고 격려한다. 정말로 새로운 것을 해낸 순간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감동이 북받쳐 뛸 듯이 기뻐한다. 그것은 그녀는 물론 남편 션(앤드류 베넷)에게 포상과 같다. 아들을 잃고 생긴 마음속 상처를 자연히 치유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을 찾고 싶어 한다. 그중에서도 존경받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성장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바람과 생각, 욕구에만 초점을 맞춰선 행복을 찾기 어렵다. 가장 큰 쾌락을 주는 요소들조차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영상2도]'말없는 소녀'를 만드는 부모들

마음이 건강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대상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코오트처럼 소외된 청소년들이 계속 늘고 있다. 집 밖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눈앞에 있는 행복을 알아보는 능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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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만 있어도 충분하다. 지금 목표를 세워도 그것이 옳은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다. 인생은 모든 게 예상 밖이고, 조절할 수 있는 일도 한정적이다. 그렇게 얼굴이 어두워지면 결코 자식에게 미소를 보일 수 없다. 코오트의 친부모처럼.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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