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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디즈니, '토이스토리 구세주'마저 해고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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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원로 제작자 갈린 서스만 해고 전해져
'토이스토리2 좌초 위기' 해결한 제작자
다양성·창조성 발휘했던 픽사 스튜디오
비용 감축 드라이브에 기업 문화 변화할까

비용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나선 디즈니가 픽사 제작자 갈린 서스만도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스만은 한때 좌초 위기에 봉착한 '토이스토리2'를 살린 인물로 알려져있으며, 픽사의 모든 중요 프로젝트에 가담한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다.


서스만의 일화는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픽사는 최신작 '토이스토리2'의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어느 날 한 직원이 토이스토리2 영상 데이터 작업 정리를 하던 중, 실수로 파일을 삭제하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위기의 디즈니, '토이스토리 구세주'마저 해고할 판 토이스토리2를 좌초 위기에서 구한 갈린 서스만 픽사 제작자. [이미지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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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순식간에 작업을 이행했고, 픽사가 수년간 9000만달러(약 1180억원)를 들여 제작했던 영상이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당시 픽사 최고기술책임자 오렌 제이컵은 급히 전산팀에 연락해 "컴퓨터 전원을 내려라"라고 지시해 삭제 작업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컴퓨터를 켜 남아있는 영상 파일을 확인한 결과, 이미 전체 작업물의 90%는 영원히 사라진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비상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따로 마련해 놓은 백업 파일마저 문제가 생겨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삭제된 파일들의 조각을 모아 복구하는 데만 약 1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대로라면 1000억원 넘게 들인 영화 프로젝트가 단 한 번의 실수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그러나 제작팀은 얼마 뒤 선임 기술자 서스만이 출산 후 재택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당시 서스만은 자택에 있는 컴퓨터에 영상 파일을 모두 복사해 저장한 뒤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아직 손상되지 않은 백업 파일이 서스만의 집에 있었던 것이다.


위기의 디즈니, '토이스토리 구세주'마저 해고할 판 서스만이 토이스토리2의 백업 파일을 저장했던 워크스테이션. [이미지출처=thenextweb]

픽사 직원 8명은 곧장 서스만의 집으로 들려가, 파일이 저장된 거대한 컴퓨터를 담요에 말아 스튜디오로 공수해 왔다. 이 파일 덕분에 복구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픽사는 다음 해인 1999년 '토이스토리2'를 성공적으로 런칭한다.


토이스토리2는 당시 기준 한화 50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였고, 픽사를 거대 스튜디오 반열로 끌어 올려줬다. 픽사의 구세주로 등극한 서스만은 이후로도 픽사의 핵심 프로젝트에 가담하며 베테랑 제작자로 성장했다.


다양성이 무기였던 픽사…구조조정으로 변화할까
위기의 디즈니, '토이스토리 구세주'마저 해고할 판 픽사 스튜디오 [이미지출처=픽사]

서스만의 이야기는 픽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줬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다양한 업무 형태를 용인하는 게 기업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리스크 분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픽사는 디즈니 체제에서도 포용적인 근로 문화를 정착시키며 다양한 명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디즈니가 추진 중인 비용 절감 계획은 이런 픽사의 기업 문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지난 3월 사내 재택근무를 대대적으로 축소했고, 여기에 더해 7000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55억달러(약 7조2050억원)의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로 인해 서스만은 물론, 2015년부터 픽사의 글로벌 홍보를 맡은 마이클 아굴넥 부사장도 해고 명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리밍 사업인 '디즈니플러스'에서 매 분기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 손실을 누적 중인 디즈니는 현재 비용 절감 방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디즈니식 '창조성'의 원천이 됐던 스타 제작자들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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