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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안으로 들어간 도둑'도…기상천외 '사찰 문화재' 절도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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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불교문화유산 32점 환수 고불식
아직 행방 묘연한 불교문화재들도 있어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성보들이 하루속히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불교 용어)' 하기를 바란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경찰이 회수한 32점의 불교 문화재(성보) 환수 고불식을 개최하면서,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밝힌 아쉬움이다.


환수된 성보문화재는 1988년부터 2004년까지 포항 보경사, 구례 화엄사, 전주 서고사 등 조계종 소속 사찰에서 도난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에서 관리해 오다, 최근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면서 검찰이 원소장처로 돌려주라고 결정해 사찰로 돌아가게 됐다.


'불상 안으로 들어간 도둑'도…기상천외 '사찰 문화재' 절도범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계사. 사진=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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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우 스님이 밝혔듯이 여전히 도난당한 또 다른 성보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2015년 한 도굴범 A 씨가 수감 중 편지로 언론에 밝힌 주장에 따르면, 절도부터 문화재를 처리하는 과정까지 이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치밀하게 움직인다. 물론 범죄자의 말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지만, 당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보면 어떤 과정을 통해 성보가 처리되는지 그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A씨에 따르면 문화재 전문 절도·도굴범들 중에는 '나까마' '가이다시'로 불리는 브로커가 있다. 도굴범과 구매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성보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사찰을 특정하고 절도범에게 보물을 훔쳐 오라고 일종의 오더도 내린다고 한다. 그렇게 훔친 문화재 거래 과정에서의 영수증과 계약서는 허위 내용으로 기재하거나 가명을 이용해 수사당국의 추적을 회피한다. 도굴범, 브로커, 구매자 모두 치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른바 '행동대원' 성격의 절도범들은 범행 수법도 기상천외하다. 이미 검거된 절도범들의 범죄행위를 밝힌 경찰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어떤 범인은 신심 깊은 불자로 가장해 법당에 들어간다. 이어 기도하는 척 머무르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불상을 훔쳐 갔다. 또 도난방지 장치선을 절단기로 자른 후 법당 벽을 뚫고 불화를 뜯어간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복장물을 훔치기 위해 5m가 넘는 불상 안으로 들어가 2박 3일을 버틴 도둑도 있었다. 복장물이란 불상을 조성하면서 불상 몸 안에 들어가는 사리·불경 등을 말한다.


역사 깊은 성보문화재를 훔쳤다는 점에서 불교 신자들은 강하게 성토했다. 고불식이 진행된 다음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계사에서 만난 불교 신자 김태원(52) 씨는 "천벌을 받을 짓이다"라며 "지금이라도 (성보문화재를) 찾았으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신자 60대 최형국 씨는 "(문화재를) 찾았으니 다행이지,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많다. 모두 부처님 품에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불상 안으로 들어간 도둑'도…기상천외 '사찰 문화재' 절도범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3일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도난 성보 환수 고불식에서 1999년 도난당했다가 돌아온 포항 보경사의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앞에 헌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조계종에 따르면 사라진 성보문화재는 2020년 그 존재가 드러났다. 서울의 한 경매에서 보경사의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地藏菩薩圖) 2점이 출품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약 7개월간 수사를 벌인 끝에 오랜 시간 은닉된 불교 문화유산 32점을 찾아냈다.


도난불교문화재피해사찰협의회 대표인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화엄사 시왕도가 도난당한 지 22년이 지났다.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덕문 스님은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문화·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문화재 지정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번에 환수된 불교문화유산은 △강진 백련사 삼장보살도 △대구 달성 유가사 영산회괘불도 △포항 보경사 영산회상도와 지장보살도 △순천 동화사 석가모니불회도 △청송 대전사 지장시왕도 △구례 화엄사 시왕도 △함양 벽송사 여래회도 △구례 천은사 제석천상과 나한상 △해남 미황사 동자상 △진주 청곡사 동자상 △순천 동화사 금강역사상 등 불화 11점, 불상 21점이다.


'불상 안으로 들어간 도둑'도…기상천외 '사찰 문화재' 절도범들 문화재청이 '포항 보경사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1988년부터 2004년 사이에 각 사찰에서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불교 문화유산 32점을 지난달 대한불교조계종에 모두 돌려줬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강진 백련사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환수된 불교문화유산 중 불상 일부는 도난당한 뒤 틈이 심하게 벌어지거나 파손되었고, 불화 일부는 임의로 덧칠이 되는 등 원형이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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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도난 문화유산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며 "관련 기관과 협력 체계 및 개선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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