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살인 혐의 적용 구속영장 신청 예정
경찰 "조사 당시 위험성 높다 판단 안해"
데이트폭력 조사를 받은 직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보복성 범행이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데이트폭력 조사 당시 위험도가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7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김모씨(33·남)가 데이트폭력 신고를 당한 것에 대한 보복성 범행이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데이트폭력 이후 귀가조치가 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전 7시17분께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연인이었던 여성 A씨(47)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A씨를 흉기로 찌른 직후 A씨를 차량에 태워 도주했다. 오전 10시4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등 추적을 통해 사건 발생 8시간 만인 전날 오후 3시께 경기 파주시에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차량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범행 직전인 전날 오전 5시37분께 A씨의 데이트폭력 신고로 지구대로 임의동행돼 조사받았다. A씨는 "김씨가 텔레비전을 부수었고, 현관문 비밀번호도 바꿨다"며 "서너차례 대화를 요구하면서 팔을 끌어당겼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비밀번호는 변경돼있었지만, 재물손괴의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 당일 5일 전인 지난 21일 A씨가 김씨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두 사람은 한동안 만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데이트폭력 조사 당시 경찰은 김씨가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데이트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검토하고 점수를 매긴다. 경찰 관계자는 "위험성이 고도로 높다고 판단하지 못했다"며 "위험성 평가에 따른 점수가 있는데 주관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해 한단계 위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와 A씨가 조사 당시 공통된 진술을 했고, 피해자인 A씨가 처벌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특별처벌법 같은 경우 접근금지 조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는데 데이트폭력은 그런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범행은 A씨가 조사를 마치고 지구대를 떠난지 10분만에 이뤄졌다. 한 시간 먼저 조사를 마친 김씨는 두 사람이 평소 자주 가던 PC방에 A씨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것을 보고 A씨의 집으로 돌아가 흉기를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사망 시각은 부검을 진행해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파주로 이동하려 한 동기 등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