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출범한 투자자문사로 문화콘텐츠·프리IPO 투자 전문
영화 ‘기생충’ ‘영웅’ ‘공작’ 등에 투자…야나두·카카오게임즈·빗썸 등에도 이름 올려
A씨는 2021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투자사 이름은 들어봤지만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문화콘텐츠 투자 업계에서도 서로 물어볼 정도로 아주 잘 알려지진 않은 곳입니다.”
한 베테랑 문화콘텐츠 투자심사역은 C투자자문이 업계에서 이름만 알려졌을 뿐, 실체를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역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C투자자문은 알면서도 모르는, 그런 베일에 싸인 플레이어였다.
벤처캐피탈(VC) 업계는 C투자자문에 주목하고 있다. C투자자문 전 대표인 A씨는 비상장 회사에 투자한다며 부동산 관련 회사인 P사를 통해 기업인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투자자에게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후 고의로 빼돌린 것으로 의심되는 A씨를 수사 중이다. 현재 피해액만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C투자자문은 2013년 설립된 투자자문사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를 잡고 투자업을 영위하고 있다. 법인 등기부등본 사업 목적을 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투자 자문업의 금융 ▲자본시장법 그 밖의 금융관련 법령에서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한 금융업무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업자가 영위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수업무 등 일반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다.
‘투자자문사 → 자산운용사’ 코스 거치지 않고 비상장 투자로 활로 모색
C투자자문의 사업 분야는 크게 기업금융투자, 자금조달 자문, 기업 인수합병 투자 및 중개, 프리IPO 투자, 문화콘텐츠 투자로 나뉜다. 그동안 많은 투자자문사가 실력을 인정받은 후 자산운용사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C투자자문 대표였던 A씨는 2021년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B대표가 D전무와 호흡을 맞추며 회사를 총괄하고 있다. B대표와 D전무는 2016년 C투자자문에 합류한 후 최근 들어 회사 경영을 도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1979년 2월생이다. 쌍둥이 형제가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C투자자문은 그동안 영화 등 문화콘텐츠 투자에 무게를 실었다. 그동안 ‘기생충’ ‘영웅’ ‘공작’ ‘엑시트’ ‘사바하’ ‘헤어질 결심’ 등 영화를 비롯해 ‘퓰리처상 사진전’ ‘그대, 나의 뮤즈’ 등 전시에도 투자했다. 이 밖에 상장 전 지분(프리IPO) 투자도 병행했다. 교육 스타트업 ‘야나두’와 게임회사 ‘카카오게임즈’,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골프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 등에 대한 투자가 대표적이다. 지바이오로직스·바이오베터 등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했다.
한 바이오 투자자는 “C투자자문과 더불어 딜에 참여한 적이 있다”라며 “생각보다 괜찮은 딜이 많았고, B대표도 꽤 괜찮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와 C투자자문을 떼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호반 계열 VC와 공동펀드 운영…프로젝트 펀드 결성 등 활발
A씨가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C투자자문은 다양한 투자로 유의미한 실적을 거뒀다. A씨는 그런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신뢰를 구축한 후 2년 전 인수한 E사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모았다. 서울 한남동 등의 부자들이 주요 공략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결과 A씨의 주소지는 한남동 고급 주택인 한남더힐로 확인됐다. 지근 거리에 있는 지인 등을 통해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보인다.
C투자자문은 벤처캐피탈과 손잡기도 했다. 2020년 4월 호반그룹의 계열 VC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와 코지피(Co-GP)로 ‘OO코너스톤 유니콘 투자조합 제1호(약정총액 18억원)’를 설립했다. 당시 C투자자문은 신테카바이오의 성공적인 회수에 이어 신기술사업투자조합까지 사업을 확대한 셈이다. 당시 이 펀드로 네추럴웨이·애드락에드버테인먼트에 투자를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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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업계 관계자는 “C투자자문은 꾸준히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하며 투자 활동을 벌였다”며 “꾸준히 '쩐주'가 나타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인 자금 위주로 펀드를 만들어 운영해온 곳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개인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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