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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 수난사]①또 헛구호에 그친 공약…구조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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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총리, 제왕적 힘 분산 뼈대
매 정권마다 나오지만 레토릭 그쳐
헌법상 총리 지위, 모호하고 이중적

“헌법에 주어진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다 이행하겠다. 제청권과 해임 건의도 다 문서로서 하도록 하겠다.”


지난해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총리(당시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책임총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을 공약으로 내놨다.


한 총리 취임 후 1년동안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책임총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 건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총리를 의미한다. 법적 용어는 아니고 정치적 개념이다. 핵심은 권력의 요체인 ‘인사권’ 행사 여부다. 대통령에게 쏠린 제왕적 힘을 분산하고 견제하자는 의도다.


문제는 책임총리의 구현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자발적 의지에 달려있어 매번 무위에 그쳐왔다는 점이다. 총리의 제청권과 해임건의건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의 권한과 겹치기도 한다.



[책임총리 수난사]①또 헛구호에 그친 공약…구조적 한계 지난해 4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던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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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일색…대독·방탄 총리 비판도 잇따라

지난 1년도 마찬가지였다. 한 총리는 자신을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에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제청하려고 했지만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당시 원내대표의 반대로 좌절됐다. 이를 계기로 한 총리의 ‘인사 실권자’로서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윤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통해 내각구성권(조각권)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하지만, 표면으로 드러나는 인사는 검찰 일색이었다. 주요 장관이나, 권력의 핵심부인 대통령실 주요 보직, 국무총리실 일부 조직 모두 검찰 출신으로 기용됐다.


총리는 대통령의 임명과 의회의 신임(국회 동의권)을 동시에 기초하지만, 대통령이 언제든 해임할 수 있는 위태로운 자리다. 대통령의 명령과 승인에 종속된다. 초대 이범석 총리부터 47대 김부겸 총리까지 대한민국 국무총리 평균임기는 1.54년에 불과하다. ‘국정2인자’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불리지만 영욕이 교차하는 고위직인 이유다.


책임총리가 구현되기 어려운 이유가 당사자의 역량, 대통령과의 인적결합 문제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헌법은 총리의 역할과 지위를 모호하고 이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총리에게 임명제청권(헌법 제87조 1항)과 해임건의권(헌법 제 87조3항)을 보장한다. 하지만 내각통할권(헌법 제86조2항)에 명시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는 이와 사실상 상충한다. 대통령이 갖고 있는 총리 해임권과 맞물려 ‘책임총리’는 무력화되기 쉬운 구조다. 이 때문에 총리의 임명제청권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선정하고, 총리가 형식적으로 제청하는 절차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시됐다.


[책임총리 수난사]①또 헛구호에 그친 공약…구조적 한계

헌법재판소가 총리의 권한에 대해 대통령제의 ‘보좌기관’일 뿐이라고 해석한 판례도 있다. 1994년 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 국가안전기획부(지금의 국정원)로 인해 신체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다. 당시 헌재는 국무총리의 역할을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결국 개헌을 통해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임기를 정하거나, 특정 장관, 혹은 차관 임명권 법적 부여) ‘책임총리’가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정 운영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총리실 안팎에서도 이런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총리의 헌법상 권한은 잠재성이 있고 해석의 폭도 넓지만, 한계도 명확해 결국 ‘정치적 결정’에 의해 역할의 변동성이 컸다. 그에 따라 국조실의 영향력이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 단군 이래 최대 실세 총리로 꼽혔던 이해찬 전 총리 시절 국무조정실 기능은 크게 강화됐다. 총리실 인원도 2004년말 591명에서 이 전 총리 퇴임 직전인 2005년 651명으로 늘어났다. 이 때 국조실 직제도 2차관제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집권당 소수 계파의 리더라는 예외적 상황에서 연유한 배경이 컸다. ‘실권 총리’로 거론돼온 YS정권 시절 김종필(JP) 전 총리의 막강한 위세도 DJP연합의 공동정부 협약으로 비롯됐다. 문재인 정부의 이낙연 전 총리도 실세로 꼽혔는데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영향이 작용했다.


[책임총리 수난사]①또 헛구호에 그친 공약…구조적 한계
"행정부 권력 분산 국정운영 혼란" 지적도

정부 안팎에선 현 시점에서 행정부내 권력 분점이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표도 있다. 정부 고위인사는 “김종필·이해찬 전 총리 시기만 하더라도 세계무역기구(WTO) 하에 보호막이 있어 지금 처럼 다자주의가 무너지고 이해관계자 갈등이 첨예하진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행정부 내에서 권력분산이 이뤄질 경우 국정운영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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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야당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책임총리가 힘을 나눠 ‘상호견제’하는 것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부 인사는 “대통령은 결국 법과 예산으로 일을 하는데, 최종결정권은 국회가 갖고 있다. 이미 의회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데, 총리가 또 분권적 힘을 가져가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총리가 인사권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권력충돌을 야기하거나 반헌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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