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 공개
방위사업청이 107억원을 들여 총탄에 뚫릴 수 있는 방탄복 5만여벌을 구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능 시험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덧댄 이른바 '무늬만 방탄복'으로 시험 통과를 위한 방탄복을 제작한 셈이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장병 복무 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방위사업청은 2021년 12월 군수업체 A사로부터 방탄복 총 5만6280벌 구매 계약(총 107억7800만원)을 체결했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사격 시험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을 조작한 사실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이런 방식으로 방탄복 성능을 조작한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 이 방탄복 제작을 승인했다.
이 방탄복은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지만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를 56겹으로 박음질했다. 방탄 성능이 고루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A사 방탄복은 유연성을 측정하는 중앙 부위에 밀도가 낮은 방탄 소재를 붙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국기연은 심지어 제작 승인 3개월 뒤에 A사가 성능을 조작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방탄 성능을 충족한다고 재판정했다. 중앙 부위를 제외하고 덧댄 부위의 경계 등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한 탓이다.
이에 감사원은 감사 기간 덧대지 않은 부분까지 별도로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일부 방탄복이 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장에게 "성능미달 방탄복은 대체 납품 등 조치를 하고, A사에 대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국기연에는 "방탄 성능이 미달하는 방탄복을 품질 보증하는 등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2명에 대해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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