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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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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비혼식에 진심인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상견례 등 절차 없어 혼자 진행 사례 많아
하객 수에 따른 장소 대관이 비용의 핵심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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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만나 혼인을 서약하는 결혼식만이 인생의 전환점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비혼식'이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될 수 있다. 비혼식은 달라는 세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트랜드라는 평가도 있다. 비혼식에 관해 진심인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혼식을 둘러싼 사회의 다양한 생각, 주로 비판에 가까운 시선 때문인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예식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웨딩 플래너에게 비혼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결혼식처럼 비혼식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된다면 업계의 최전선에 있는 웨딩플래너들이 더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비혼식에 관한 얘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웨딩플래너협회 관계자는 비혼식과 관련해 "(모든 사례를 알 수는 없지만) 저희는 비혼식 진행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꼭 의식을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앞으로 살아갈 날을 응원받고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비혼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비혼식은 누가, 왜 진행하는 걸까. 또 비혼식은 어떤 과정으로 준비하면 될까.


비혼식은 상견례, 예물·예단 등 복잡한 절차가 없다 보니 전문 웨딩플래너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식당, 펍 등 공간을 대관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양가 부모님의 지인, 손님이 많은 결혼식과 달리 비혼식 당사자의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다 보니 하객의 수가 적어 큰 예식홀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장소 대관에서 큰 금액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금, 신혼여행 비용, 혼수 비용을 제외한 가장 큰 지출은 예식홀 대여(1057만원)다.


물론 비혼식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을 초대해 독립을 응원받고 싶다면 그만큼 대관 비용에서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하객 수가 늘어날수록 식사 비용도 정비례한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지현씨는 정장에 부토니에를 꽂아 비혼식 패션을 완성했다. [이미지제공=지현씨]

개발자로 일하는 정지현씨(30)도 지난 2월19일 서울 마포구의 칵테일바를 개인적으로 대관해 비혼식을 연 경우다. 비혼식의 이름은 '이립(而立) 잔치'. 서른이 된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두고 흔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이립을 맞은 지현씨도 결혼하지 않는 삶에 확고한 뜻을 두게 됐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인들 결혼식을 다니다 보면 부러운 것도 있었어요. 내게도 소중한 사람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두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받을 기회가 있을까? 그런 기회가 한 번쯤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때 마침 냉장고가 망가졌었는데 혼수 대신 비혼식 선물을 받으면 되겠다 싶었죠."

결혼식에 가장 중요하다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즉 웨딩 패키지도 개인에 따라 생략할 수 있다.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웨딩 패키지에 드는 비용은 평균 333만원이다.


지현씨는 평소 지인 결혼식에 갈 때 하객 룩으로 입던 정장에 부토니에(수트 단춧구멍에 꽂는 리본·꽃 등 장식)를 곁들였기 때문에 큰 지출이 없었다. 종이 재질에 폰트, 봉투 고르는 데만 며칠씩 걸린다는 청첩장도 온라인으로 대체해 무료 제작했다.


필요 없는 부분을 생략한 대신 소중한 사람들을 잘 대접하기 위한 식사 등에 가장 큰 지출을 했다.


"처음 비혼식 지출 예상 비용은 150만원 정도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들었어요. 정확한 비용은 밝힐 수 없지만 들어온 축의금으로 대관 비용, 음식값을 다 지불했고요. 그러고도 250만원 정도를 더 썼어요."

그러면서 지현 씨는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행사에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스몰 웨딩도 인원이 적을 뿐 지출이 적은 게 아닌 것처럼요. 비혼식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적은 인원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넉넉하게 잡으시라"고 조언했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지현씨는 이날 비혼 선언문을 하객들과 함께 읽었다. [이미지제공=지현씨]

비혼주의자에게 축의금 받는 것을 미안해하던 친구들에게 농담조로 "난 언젠가 비혼식할 거니까 괜찮아"하던 게 현실이 됐다.


비혼식 과정은 결혼식과 비슷했다. 진행자를 섭외해 식을 진행했고 지현씨의 오랜 친구들이 축가와 축사를 맡아 앞날을 응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혼 선언문 대신 비혼 선언문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날 지현씨는 하객들과 함께 선언을 낭독했다. 지현씨가 "나, 정지현은 평생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은 굳게 맹세합니다"라고 선창하면, 다 함께 "오늘 참석한 모두가 증인이 되어 이 맹세가 진실하게 이루어졌음을 선언합니다"라고 후창했다. 38명의 하객이 지현 씨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증인이 되어준 셈이다.


지현씨는 "비혼식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라면서 이렇게 전했다.



"비혼식 마치고 정말 든든했어요.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아놓고 응원과 축하를 받으니까 행복했어요. 이날 받은 축하랑 응원만 하더라도 앞으로 10년은 거뜬히 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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