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⑨비혼식에 진심인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상견례 등 절차 없어 혼자 진행 사례 많아
하객 수에 따른 장소 대관이 비용의 핵심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AD

배우자를 만나 혼인을 서약하는 결혼식만이 인생의 전환점은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비혼식'이 아주 특별한 날로 기억될 수 있다. 비혼식은 달라는 세태를 반영하는 하나의 트랜드라는 평가도 있다. 비혼식에 관해 진심인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혼식을 둘러싼 사회의 다양한 생각, 주로 비판에 가까운 시선 때문인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예식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웨딩 플래너에게 비혼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결혼식처럼 비혼식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된다면 업계의 최전선에 있는 웨딩플래너들이 더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비혼식에 관한 얘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웨딩플래너협회 관계자는 비혼식과 관련해 "(모든 사례를 알 수는 없지만) 저희는 비혼식 진행 요청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꼭 의식을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앞으로 살아갈 날을 응원받고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비혼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비혼식은 누가, 왜 진행하는 걸까. 또 비혼식은 어떤 과정으로 준비하면 될까.


비혼식은 상견례, 예물·예단 등 복잡한 절차가 없다 보니 전문 웨딩플래너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식당, 펍 등 공간을 대관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양가 부모님의 지인, 손님이 많은 결혼식과 달리 비혼식 당사자의 가까운 지인만 초대하다 보니 하객의 수가 적어 큰 예식홀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장소 대관에서 큰 금액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자금, 신혼여행 비용, 혼수 비용을 제외한 가장 큰 지출은 예식홀 대여(1057만원)다.


물론 비혼식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을 초대해 독립을 응원받고 싶다면 그만큼 대관 비용에서 큰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하객 수가 늘어날수록 식사 비용도 정비례한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지현씨는 정장에 부토니에를 꽂아 비혼식 패션을 완성했다. [이미지제공=지현씨]

개발자로 일하는 정지현씨(30)도 지난 2월19일 서울 마포구의 칵테일바를 개인적으로 대관해 비혼식을 연 경우다. 비혼식의 이름은 '이립(而立) 잔치'. 서른이 된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두고 흔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이립을 맞은 지현씨도 결혼하지 않는 삶에 확고한 뜻을 두게 됐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인들 결혼식을 다니다 보면 부러운 것도 있었어요. 내게도 소중한 사람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두고 앞으로의 삶을 응원받을 기회가 있을까? 그런 기회가 한 번쯤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때 마침 냉장고가 망가졌었는데 혼수 대신 비혼식 선물을 받으면 되겠다 싶었죠."

결혼식에 가장 중요하다는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즉 웨딩 패키지도 개인에 따라 생략할 수 있다.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웨딩 패키지에 드는 비용은 평균 333만원이다.


지현씨는 평소 지인 결혼식에 갈 때 하객 룩으로 입던 정장에 부토니에(수트 단춧구멍에 꽂는 리본·꽃 등 장식)를 곁들였기 때문에 큰 지출이 없었다. 종이 재질에 폰트, 봉투 고르는 데만 며칠씩 걸린다는 청첩장도 온라인으로 대체해 무료 제작했다.


필요 없는 부분을 생략한 대신 소중한 사람들을 잘 대접하기 위한 식사 등에 가장 큰 지출을 했다.


"처음 비혼식 지출 예상 비용은 150만원 정도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이 들었어요. 정확한 비용은 밝힐 수 없지만 들어온 축의금으로 대관 비용, 음식값을 다 지불했고요. 그러고도 250만원 정도를 더 썼어요."

그러면서 지현 씨는 "규모의 경제라는 개념이 행사에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스몰 웨딩도 인원이 적을 뿐 지출이 적은 게 아닌 것처럼요. 비혼식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적은 인원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넉넉하게 잡으시라"고 조언했다.


[비혼시대]웨딩플래너도 모르는 비혼식, 그날의 경험담 지현씨는 이날 비혼 선언문을 하객들과 함께 읽었다. [이미지제공=지현씨]

비혼주의자에게 축의금 받는 것을 미안해하던 친구들에게 농담조로 "난 언젠가 비혼식할 거니까 괜찮아"하던 게 현실이 됐다.


비혼식 과정은 결혼식과 비슷했다. 진행자를 섭외해 식을 진행했고 지현씨의 오랜 친구들이 축가와 축사를 맡아 앞날을 응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성혼 선언문 대신 비혼 선언문을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날 지현씨는 하객들과 함께 선언을 낭독했다. 지현씨가 "나, 정지현은 평생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은 굳게 맹세합니다"라고 선창하면, 다 함께 "오늘 참석한 모두가 증인이 되어 이 맹세가 진실하게 이루어졌음을 선언합니다"라고 후창했다. 38명의 하객이 지현 씨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증인이 되어준 셈이다.


지현씨는 "비혼식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라면서 이렇게 전했다.



"비혼식 마치고 정말 든든했어요. 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아놓고 응원과 축하를 받으니까 행복했어요. 이날 받은 축하랑 응원만 하더라도 앞으로 10년은 거뜬히 살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