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간담회서 "시장금리, 기준금리 밑 글로벌 공동 현상"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 통화정책 효과가 의문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부에 위치한 기자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은 한은이 서울 중구 본관으로 재입주한 날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시장금리의 기준금리 하회 현상 우려에 대해 "어떤 금리를 보느냐의 문제인데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 금리는 역사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통화안정채권 1·3개월물 금리가 많이 떨어진 것은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른 나라의 경우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공동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훨씬 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부동산 상황 등 영향을 볼 때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간 것이 효과가 없을 정도로 반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며 "의도한 방향대로 긴축 효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 인플레이션 영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냐는 질의에 이 총재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현재 채권국"이라며 "통화스와프가 우리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우리가 계속 통화스와프 체결 얘기를 하면 밖에서 볼 때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보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하반기 경기가 악화되면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원칙적으로 데이터에 의거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금리를 결정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는 나쁜 사람이고, 매파(통화 긴축 선호)는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와 일하면 비둘기파가 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데이터와 시장상황 변화를 보고 우리나라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으로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런 프레임워크를 한은 직원들도 깼으면 좋겠다"면서 "정부와 만나면 (정부에) 끌려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건물 오면서 끊어버리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년 소회에 대해 이 총재는 "지난 1년 동안 예상 밖으로 물가도 많이 오르고, 외환시장과 자금시장 문제 등으로 정신없이 보냈다"며 "아직 물가·금융안정 등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 소회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뒤에 얘기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이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서 중장기적인 부분에 목소리를 더욱 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은 인플레를 잡는 것이 급선무고,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향후 시장이 안정되면 중장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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