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대 연구팀, 인간 등 5종 동물 연구 결과
"'RNA중합효소 II'가 노화에 핵심 역할"
인간 등 동물의 노화에 관여하는 핵심 효소가 발견됐다. 약물로 노화를 막는 현대판 '불로초'의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최근 인간과 초파리, 들쥐, 생쥐, 선충류 등 전혀 다른 5종의 동물을 상대로 노화 원인 및 방지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논문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동물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포 내부의 신진대사에서 신뢰성이 떨어져 유전자 돌연변이가 더 자주 발생하고 염색체가 끊어져 짧아진다. 그동안 많은 연구들이 노화가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지만 전사(transcription), 즉 DNA를 주형으로 RNA가 합성되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쾰른대 연구팀은 이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5종의 동물, 즉 선충류, 초파리, 생쥐, 들쥐, 인간(여러 연령대의 성인) 등으로부터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했다. 먼저 노화가 전사 유도 효소인 RNA 중합효소 II(Pol II)가 DNA 가닥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측정했다. 이 결과 5종 모두 동일하게 나이가 들수록 평균적으로 Pol II 효소의 이동이 더 빨라지며, 정확도가 떨어지고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식단 제한ㆍ인슐린 분비 억제가 노화 지연ㆍ수명 연장에 효과가 있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활용한 연구도 실시했다. 이같은 방법이 Pol II의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러자 인슐린 신호 유전자에 고의적으로 변이를 일으킨 선충류, 생쥐, 초파리의 경우 Pol II 속도가 느려졌고,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생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Pol II 효소의 속도가 수명 연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Pol II 효소의 속도를 늦추도록 초파리와 선충류의 수명을 측정했더니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10~20% 이상 더 오래 살았다. 또 같은 선충류의 유전자를 편집해 이같은 변이를 정상화시켰더니 다시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특히 Pol II 효소의 가속화가 어떤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도 확인했다. 세포 내에는 히스톤(histones) 단백질의 주변을 DNA 가닥이 휘감고 있는 '뉴클레오솜(Nucleosome)'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의 폐 세포 및 제대 정맥 세포를 분석해 보니 노화된 세포일수록 뉴클레오솜의 숫자가 적어 Pol II의 이동이 빨랐다. 연구팀이 세포 내의 히스톤 단백질의 발현을 촉발시키자 Pol II의 속도가 느려졌다. 실제 초파리의 경우 히스톤 단백질의 수치를 늘리자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관찰됐다.
콜린 셀먼 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노화 메커니즘이 다양한 종에 걸쳐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 정말 놀라운 연구 결과"라며 "Pol II 효소가 노화 방지를 위한 약물 치료의 타깃이 될 수 있을지 연구해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