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2주만에 공개 행보…중앙군사위 주재
"조선반도 안전 위해 전쟁억제력 공세적 강화"
北, 7일부터 닷새째 불통…일방적 차단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지도를 펼쳐놓고 회의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보름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것으로, 북한이 '핵무력 강화의 목적은 전쟁 억제'라고 주장한 점을 고려할 때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추가 도발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조선반도 안전상황을 더욱 엄격히 통제, 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달 27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 이후 약 2주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당 중앙군사위 주요 성원들과 조선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 지휘관 등이 참가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박수일 총참모장과 정경택 총정치국장, 강순남 국방상 등 주요 군 수뇌부가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2~3월에도 연달아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열고 전쟁준비 태세를 논의한 바 있다. 통상 반년 주기로 열리는 회의를 3개월 연속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이유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강변한만큼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쟁억제력'은 핵무력으로 해석된다. 통신은 "(김정은이) 전선공격작전계획 등을 료해(파악)하시면서 군대의 전쟁수행능력을 부단히 갱신하고 완비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해나가는 데서 나서는 원칙적인 문제들을 밝히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북한이 공개 배포한 회의 사진에선 남한 지역에 해당하는 지도가 공개돼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서쪽과 남쪽 지역 일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담겼는데, 해당 지점은 주한미군 기지인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일대로 추정된다. 또 다른 간부가 지휘봉으로 계룡대 인근을 가리키는 듯한 장면도 포착됐다.
지도의 자세한 내용은 뿌옇게 처리된 상태로 공개돼 구체적인 논의사항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통신은 "미제와 남조선괴뢰역도들의 침략적인 군사정책과 행위들이 위협적인 실체로 부상하고 있는 현 조선반도 안전상황의 엄중함을 명백히 인식하고 그에 대처하여 나라의 방위력과 전쟁준비를 더욱 완비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군사적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 "최근 들어 '평양점령'과 '참수작전'이라는 호전적인 망언들까지 로골적으로 흘리며 공화국과의 전면전쟁을 가상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광란적으로 감행한 적들은 련일 반공화국 대결망발과 공격성 군사행위들을 의도적으로 고취하며 자기들의 불순한 침략적정체를 행동으로 명백히 보여줬다"며 "어떤 수단과 방식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다양한 군사적 행동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적 문제와 기구편제적인 대책들을 토의하고 해당 결정들을 전원일치로 가결하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최근 순항미사일 '화살'과 수중핵어뢰 '해일' 등 신무기를 연달아 공개하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당 중앙군사위 회의 결과에 대해 "김정은이 지난달 27일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 현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을 강조한 경고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며 "핵무인수중공격정을 비롯한 비대칭 전략무기들과 군사적 행동방안을 꾸준히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7일부터 이날 오전 9시 개시통화까지 닷새째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통일부) 채널을 통해 평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5시 마감통화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군 당국도 군 통신선으로 매일 오전 9시 개시통화, 오후 4시 마감통화를 진행한다. 정부는 북한의 불통에 대해 '일방적 차단'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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