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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봄꽃 구경도 사회생활…'오하나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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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 기원하는 행사로 시작해
봄 필수 행사로 자리잡아

편집자주몸도 마음도 나른한 일요일. 국제부 기자가 일본 문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전해드립니다.

꽃구경은 다녀오셨나요?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는 요즘인데요. '벚꽃 구경'하면 보통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얼마 전 지인들과 나들이를 간 자리에서 물어보니, '짱구는 못말려'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언급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벚나무 아래 깔린 돗자리 위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고, 어른들은 맥주를 마시며 하늘하늘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하는데요.


[日요일日문화]봄꽃 구경도 사회생활…'오하나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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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본의 봄철 문화인 꽃구경으로, ‘오하나미’(お花見)라고 부릅니다. 일본에서는 꽃 구경을 '문화'로 부르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봄에 반드시 챙겨야 하는 일정 중 하나기도 하죠. 그만큼 꽃구경이 가지는 의미가 한국보다 무거운 느낌입니다.


한국에서도 여의도 윤중로나 경상남도 진해로 벚꽃 보러 많이들 떠나시는데요. 벚꽃 시즌에 맞춰 오늘은 일본의 오하나미 문화에 대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같은 꽃구경이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의 느낌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일본이 벚꽃으로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원래 이는 귀족들이나 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나라 시대'로 부르는 8세기경 중국에서 들여온 매화를 보는 것이 시초였다고 하는데요.


흩날리는 벚꽃 잎을 가진 벚나무는 에도 시대에 품종 개량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왕벚나무의 모태가 되는 품종들이 이때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벚나무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 서민들도 꽃구경을 즐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농민들은 꽃구경을 사실상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로 삼았습니다. 봄에 이파리도 안 난 채 꽃부터 일제히 틔우는 벚꽃이 신성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봄 벚꽃에 산에서 내려오는 논의 신이 깃든다고 믿었습니다. 벚꽃이 피는 방법에 따라 농작물 수확을 점쳤고, 개화 시기에 맞춰 모내기와 파종 준비를 했기 때문에 벚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3대 벚나무' 칭호도 있는데요. 1000년이 넘은 벚나무에 붙곤 합니다. 하나는 미하루타키 자쿠라로 나무 나이가 1000년이 넘었는데, 벚꽃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것처럼 보여 '폭포 벚꽃'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벚나무는 원전 폭발 피해가 있었던 후쿠시마에 있습니다. 또 다른 벚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벚꽃'으로 불리는 야마나시현의 야마타카 진다이 자쿠라로 나이는 1800년에서 2000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기후현의 네오다니 우스즈미 자쿠라로1500년 이상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日요일日문화]봄꽃 구경도 사회생활…'오하나미' 이야기 '폭포 벚꽃'으로 불리는 미하루타키 자쿠라의 모습.(사진출처=웨더뉴스 재팬)

또 '벚꽃 지킴이'도 있습니다. 벚나무를 보살펴 개화 전부터 꽃이 필 수 있도록 관리해주고, 꽃이 지고 난 뒤에도 이듬해 다시 꽃이 잘 필 수 있도록 보호하고 돌봐주는 사람들인데요. 지자체에서 지킴이를 두기도 하고, 벚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개인 자격으로 나서기도 합니다.


이렇듯 일본의 벚꽃 사랑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꽃구경은 봄에 꼭 챙겨야 하는 행사 중 하나로 굳어져 있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벚꽃 보자는 명목으로 봄 정기 야유회를 이때 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이즈음에는 꽃구경을 준비하고 공지하는 '오하나미 간사'를 선정합니다. 봄철만 되면 회사원들이 이 야유회 준비에 고심하는데요. 실제로 한 사이트에 소개된 간사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술을 마실 수 있고,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반드시 사전 답사를 통해 화장실의 유무,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에 슈퍼나 편의점이 있는지, 쓰레기는 회사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체크하고 시트를 까는 장소의 경사도 파악하면 좋다.' 복잡하죠? 여기에 벚꽃이 예상보다 빨리 피어 일정을 당겨야 하거나 늦어져서 일정을 미뤄야 하는 날이라도 오면 대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리 잡기입니다. 인기가 있는 곳은 며칠 전부터, 혹은 전날 밤을 새워서 자리를 맡아놓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이 시즌에 특대 돗자리로 야유회 일주일 전부터 자리를 맡은 회사 등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이 때문에 야간에 입장 금지를 내리는 공원도 있고, '밤새워서 장소 잡지 마세요'라는 공지를 내리는 공원도 있습니다.


이 정도로 꽃구경에 진심이다 보니, 장소 잡기 대행 서비스도 있습니다. 꽃놀이 전날 밤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13시간 동안 장소를 맡아주는 식인데요. 시간당 우리 돈으로 2만원에서 4만원 정도 드는데, 교통비나 심야 수당이 추가된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얼마나 꽃구경이 회사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좌식 테이블, 게임 세트, 난로 등 꽃구경 전용 용품을 택배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이때 성행합니다.


아는 일본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간사라기보다는 보통 막내가 할 때가 많다. 당일 아침 일찍 가거나 전날부터 좋은 자리를 봐놓고 돗자리를 맡아 놓는다. 나도 막내 시절 자리 잡느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나 사회생활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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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직장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옆 나라니 꽃 피는 것도 비슷하고,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또 다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과 꽃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것이 봄의 묘미 아닐까요. 이번 주말에는 소중한 사람들과 꽃 보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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