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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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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손짓하는 서산 유기방가옥
흐르러진 청벚꽃,휘어진 심검당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봄날, 고즈넉한 한옥과 노란 수선화를 가득 심은 언덕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그 모습은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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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이 다양해졌습니다. 봄꽃 하면 으레 동백꽃과 매화, 개나리, 벚꽃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몇해 전부터 수선화의 아름다움이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제주의 수선화가 있는 반면 대규모로 피어나 노란빛 봄 잔치를 펼치는 곳도 여럿 있습니다. 특히 충남 서산 유기방 가옥(충남민속문화재 23호)에 피어난 수선화는 이맘때 찾는다면 그 경치에 푹 빠지고 맙니다. 고즈넉한 한옥과 노란 수선화를 가득 심은 언덕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그 모습은 장관입니다. 그뿐인가요. 서산 개심사에는 수선화가 다 지고 난 후 4월말 5월초면 청벚꽃, 겹벚꽃이 뭉실뭉실 피어나 아름다움을 연출합니다. 무르익어가는 봄날의 서산을 찾아가 봅니다.


수선화의 영어 이름은 나르시서스(narcissus)다. 자연스레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떠오른다. 호수에 비친 자신과 사랑에 빠져 목숨을 잃은 나르키소스가 꽃으로 피어난 것이 바로 수선화다.


수많은 요정의 마음을 흔든 소년을 닮아 수선화는 영롱한 빛깔과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언뜻 이국의 꽃으로 느껴지지만, 옛 선비들의 문인화에서도 수선화를 흔히 만난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300년된 고즈넉한 한옥 뒤 언덕에 노랑 수선화가 피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봄꽃에 새로운 향기를 입히고 있는 노랑 수선화

추사 김정희는 제주 유배 시절 수선화를 보고 단번에 매혹됐다. 그는 ‘완당집’에 "수선화는 과연 천하의 큰 구경거리"라며 "그 꽃이 정월 그믐부터 2월 초에 피어 3월에 이르면 산과 들, 밭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린 듯하다"라고 적었다. 수선화를 묘사한 시와 그림도 남겼다.


해마다 봄이면 유기방가옥에서 수선화 관람이 가능하고, 4월 중순까지 만개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무렵 유기방가옥 뒷동산은 추사의 표현을 빌리면 샛노란 구름이 질펀하게 깔린 듯하다. 산등성이엔 울창한 솔숲이 이어져 수선화의 노란빛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고택 바로 뒤 언덕과 산자락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꽃밭에 놓인 의자가 포토 존으로 인기다. 수선화 언덕에서 나르키소스 못지않은 인생 사진을 건졌다면, 유기방가옥도 찬찬히 둘러보자.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고택과 어우러진 노랑 수선화

1900년대 초에 지은 고택은 서산 지역 전통 양반 가옥의 배치를 그대로 따른다. 누각형 대문에 여미헌(餘美軒)이라는 현판이 걸렸는데, 이 지역이 운산면 여미리에 속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부엌과 방, 대청, 건넌방으로 이어지는 '一 자형' 안채가 양반가다운 규모를 드러낸다. 대청에 앉으면 후원에 만발한 수선화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안채 왼쪽에 행랑채, 오른쪽에 사랑채가 있어 전체적으로 마당을 가운데 둔 'ㅁ 자형'이다. 덕분에 크기가 상당한 가옥인데도 아늑한 인상이다.


꽃밭과 고택을 구분 짓는 'U 자형' 토담도 수선화의 동양적인 매력을 더한다. 유기방가옥은 2018년에 방영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도 알려졌다. 고종의 최측근인 궁내부 대신 이정문의 집으로 등장했는데, 꼿꼿하고 거침없는 집주인의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 공간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유기방가옥 대청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행객들

고택에서 나와 오른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수령 350년에 가까운 비자나무가 있다. 기록에 따르면 1675년 제주도에서 가져와 심은 나무라고 한다. 지금도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듯 잎마다 윤기가 흐른다. 높이 20m에 둘레도 240cm가 넘는다. 제주에서 군락을 이루는 비자나무는 전라도 백양산과 내장산에서 자생하는 게 전부다. 중부지방 이북에서 이처럼 장수하는 고목이 흔치 않아, 산림학적 가치도 매우 높다.


유기방가옥이 자리한 여미리엔 고려 시대 석불과 수령 250년을 자랑하는 느티나무 등 걸음마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최근 예술가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며 '달빛예촌'이란 이름으로 활기를 불어넣는데, 그 중심에 여미갤러리가 있다. 10년 넘게 방치된 정미소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다양한 기획전은 물론, 마을 사람과 예술가들이 어우러지는 마을 예술제도 운영한다. 여행자에겐 잠시 걸음을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를 겸한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 각종 디자인 관련 전문 서적이 빼곡해 북카페로도 손색없다.


서산을 대표하는 여행지 해미읍성과 개심사가 유기방가옥에서 자동차로 20분 내외 거리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화제를 모은 서산 해미읍성(사적 116호)은 천주교 성지로 이름이 높다. 1801년 신유박해, 1839년 기해박해, 1846년 병오박해, 1866년 병인박해를 거치며 천주교도 수천 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해미읍성

당시 해미고을은 서산과 당진, 홍성과 예산을 아우르는 내포 지역의 중심지로, 현감에게 군사력과 독자적인 처형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비극적인 사연을 품었으나, 봄날의 해미읍성은 평화롭기만 하다. 드넓은 잔디밭이 연둣빛을 띨 무렵이면 벚꽃도 흐드러지게 핀다. 복원한 옥사와 천주교도를 매달아 고문했다는 회화나무(충남기념물 172호) 한 그루가 목숨과 맞바꾼 신념을 기억할 뿐이다.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마음이 열리는 절집인 개심사로 드는 연못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4월말 5월초면 개심사 절집엔 청벚꽃과 겹벚꽃이 만발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백제 시대 사찰로 알려진 개심사는 푸른빛을 띠는 청벚꽃으로 유명하다. 산속 깊숙이 자리해 평지보다 한참 늦은 4월 하순에나 벚꽃이 만발한다. 꽃송이가 탐스러운 겹벚꽃도 함께 피어 봄의 절정을 알린다.


오붓한 산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돌계단이 나오는데, 하나하나 가지런한 모양새가 꽤 정성을 들인 느낌이다. 수백 개나 되는 돌계단이 산세를 따라 '之 자형'으로 놓여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다. 그저 묵묵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선물처럼 개심사가 눈앞에 나타난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개심사(開心寺)로 오르는 길은 그 이름처럼 마음을 여는 과정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안산 JC에서 당진 방면→서산 IC에서 서산ㆍ태안 방면→서산 IC에서 삽교호ㆍ당진 방면→여미교차로에서 운산 방면 우회전→이문안길 방면 우회전→유기방가옥

[조용준의 여행만리]노랑색 봄잔치, 300년 고택이 물들었다

△볼거리=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마애삼존불상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봄날의 운산면 목장길 드라이브, 팔봉산(사진), 간월도낙조, 천수만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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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마애삼존불상 입구에 있는 용현집은 2대에 걸쳐 사랑 받아온 어죽 전문점이다. 해미읍성 정문 부근에 있는 중국집 영성각은 짬뽕맛으로 유명하다. 팔봉산에서 가까운 구도항에선 박속밀국낙지탕을 맛볼수 있다.




서산=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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