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빵 굽는 타자기]댓글 폭력 지나친다면…"당신도 공범"

시계아이콘01분 2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무관심·몰이해, 공론장 망치는 적
혐오·증오표현에 적극 맞서야

[빵 굽는 타자기]댓글 폭력 지나친다면…"당신도 공범"
AD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속 명대사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분노를 일으켰다. 관련 기사, 커뮤니티 게시물마다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이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댓글이 있었다. 출연 배우의 외모를 지적하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던 한 댓글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받아 상위권에 노출돼 있던 것이다. 학교 폭력에는 분노하면서도, 댓글로 누군가에 또 다른 폭력을 행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모습이다.


책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는 악플 뒷면에 숨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혐오문화를 진단한다. 저자는 악플을 ‘사회적 살인’으로 정의한다. 극단적이고 과잉된 감정이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집단광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때 대상이 되는 누군가를 마녀사냥 하듯 죽도록 패는 몰매의 성격을 띤다.


악플의 무서운 점은 피해자는 분명하지만, 가해자는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어떨 때는 소수의 집단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 전체가 특정 대상을 몰아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피해 당사자는 ‘더 글로리’ 속 주인공 문동은처럼 처절한 복수조차 꿈꿀 수 없다.


이는 기사를 작성하며 종종 겪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정치인의 발언을 옮긴 한 기사에 ‘베스트 댓글’로 기자와 그의 가족을 욕하는 내용이 올라왔다. 해당 정치인을 반대하는 집단이 이른바 ‘좌표’를 찍어 댓글로 몰려왔다. 그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의 발언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댓글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무력감이다. 악플이 지닌 구조상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해당 댓글에 비판 없이 동조했던 이들이 결코 끔찍한 괴물이 아니라는 것도 악플이 지닌 무서움이다. 이들 대부분은 멀끔한 사회인으로 우리 곁에서 평범하게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결국 댓글 폭력의 공범이라고 분석했다. 조회수 낚시 기사를 써대는 언론, 이와 관련한 여론 동향 파악에만 신경 쓰는 정치권, 공론장의 건강함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책무가 있는 지식인 등은 적극적 방관자다. 낚시용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클릭하고 소비하는 사람들, 댓글창의 폭력성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팔짱만 끼고 있는 우리 모두는 소극적 방관자이자 댓글 폭력의 공범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황폐해진 공론장을 재건하기 위해 저자는 혐오·증오 표현에 적극적으로 맞설 것을 권유한다. 수천개의 ‘좋아요’를 얻은 악플 앞에서, 사람들은 이에 반박하는 자신의 생각이 소수의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우 뉴스에 댓글을 쓰는 이들은 10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면 실제 소수의견으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저자는 강조한다. 댓글창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는 공론장을 망가뜨리는 최악의 적이라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행동할 때다. 댓글 폭력을 마주하고도 눈을 감는다면 우리도 폭력의 공범이 될 뿐이다.


AD

우리 모두 댓글 폭력의 공범이다 l 정지혜 지음 l 개마고원 l 272쪽 l 1만7000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