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21일 젤렌스키와 회담
우크라에 방위 장비 지원 약속
中 중재외교, 의식한 행보 분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3000만달러(391억8300만원) 규모의 추가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와의 외교 관계를 '특별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정의 내리며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반(反)러시아 연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섰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 의사를 밝혔다. 일본 총리가 분쟁 지역을 방문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침을 언급하기도 했다. 우선 기시다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기금을 통해 우크라이나 살상 능력이 없는 3000억달러 규모의 장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일본은 현행 자위대법상 탄약 등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를 지원할 수 없어, 그간 드론과 방탄조끼 등의 방위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왔다. 또한 4억7000달러의 에너지 관련 지원도 약속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이번 일정을 소화하는 기간 내내 일본이 반 러시아 전선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피력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담에 앞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부차'를 찾은 기시다 총리는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강하게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이 G7의 의장국이자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의 방문이 성사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본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일본이 의장국을 맡은 G7 정상회의에 화상을 통해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 방문에서 강한 연대 의사를 강조한 것은 반러 전선에 동참하는 서방 국가들과의 결속을 다져 일본의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기시다 총리의 이번 키이우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과 같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러시아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는 한편 대외적으로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 곁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찾아 중국의 중재 외교를 견제하고 미국 등 G7 국가들과 반러 전선이라는 동일한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 G7의장국으로서 국제법에 따른 지배의 중요성을 국제 사회에 호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방문은 중국의 중재 외교 대항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기시다 총리는 22일에는 폴란드를 방문해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 뒤 23일 일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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